최대 승부처 된 18번홀
코스 거리 47야드 늘어나
장타자 '2온' 하려다 실수 속출…장하나도 더블보기로 '눈물'
까다롭던 15번홀 비온 뒤 쉬워져…14번홀 난도 높아 새 '복병'으로
[ 최만수 기자 ]
‘손쉬운 먹잇감’이던 18번홀(파5)이 ‘살 떨리는’ 승부처로 떠올랐다. 경기 안산시 대부도의 아일랜드CC(파72·6522야드)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비씨카드·한경레이디스컵 2016’에서다. 18번홀은 당초 선수들이 가장 쉬운 홀로 꼽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외로 실수가 속출하며 경기에 흥미를 더하고 있다.
○박성현만 2온 성공
이번 대회에서 한 조로 묶인 ‘장타자’ 장하나(24·비씨카드)와 박성현(23·넵스)의 대결은 24일 대회 2라운드에서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 10번홀에서 출발한 두 사람은 빗속에서 신중하게 경기를 치렀지만 파5홀인 18번홀에서 다시 ‘거포 본능’을 발휘했다. 2온(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는 것)을 노린 박성현이 먼저 290야드를 날리자 장하나도 힘껏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하지만 장하나의 티샷은 좁은 페어웨이를 벗어나 오른쪽 깊은 덤불 속에 빠졌다. 공을 찾지 못한 장하나는 ‘로스트 볼’을 선언하고 1벌타를 받은 뒤 다시 티샷을 했다. 다섯타 만에 공을 그린에 올린 장하나는 이 홀에서 더블 보기를 기록하며 무너졌다. 장하나는 합계 1오버파 145타 공동 58위를 기록해 가까스로 커트를 통과했다.
장하나뿐만이 아니다. 정희원(24·파인테크닉스)도 이날 더블 보기를 기록했다. 1라운드에서는 트리플 보기 5개를 비롯해 더블 보기 6개, 보기 13개가 쏟아졌다. 더블 보기 이상이 잘 나오지 않는 파5홀에서 이런 기록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18번홀은 같은 장소에서 열린 작년 대회 때 절반 이상의 선수가 버디를 잡을 정도로 가장 쉬운 홀이었다. 평균 4.76타로 난도가 가장 낮았다. 이번 대회 개막 전에는 올 시즌 챔프 10명 중 7명이 ‘꼭 버디를 잡아야 할 홀’로 꼽기도 했다.
18번홀이 복병으로 떠오른 것은 거리가 늘었기 때문이다. 권경희 아일랜드CC 총지배인은 “18번홀의 전장을 527야드로 지난해보다 47야드 늘렸다”며 “장타자도 이글을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1~2라운드에서 하민송(20·롯데) 김민선(21·CJ오쇼핑) 이정민(24·비씨카드) 등 내로라하는 장타자들이 2온에 도전했지만 박성현만 1라운드에서 1번 2온에 성공했다. 대회 마지막홀인 18번홀의 난도가 올라가면서 이번 대회는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4번, 15번홀도 ‘산 넘어 산’
14번홀(파4)도 이번 대회의 승부처다. 합계 7언더파를 기록하며 선두권에 오른 배선우(22·삼천리)는 여기서 더블 보기를 기록하며 선두로 치고 나갈 기회를 놓쳤다. 이민영(24·한화) 정예나(28·SG골프) 박지영(20·CJ오쇼핑)도 이날 14번홀에서 더블 보기를 적어내며 타수를 잃었다.
대회 전 선수들이 가장 공략하기 어려운 홀로 꼽은 139야드짜리 15번홀(파3)은 오히려 난도가 낮았다. 습도가 높은 상태에서 경기가 진행된 탓에 공의 구름이 적어 조정민(22·문영그룹) 안시현(32·골든블루) 등 정교한 아이언샷과 퍼트를 갖춘 선수들이 잇달아 버디를 낚았다. 하지만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되는 주말 경기에선 다시 승부처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수연(23·금성침대)은 “15번홀은 바람이 항상 도는 곳”이라며 “당기면 해저드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계했다.
아일랜드CC=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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