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U 도입하면 세계증시 변곡점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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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조세(too close to call)’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선 ‘탈퇴’가 ‘잔류’보다 다소 앞서는 결과가 나온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갈수록 커지는 표본오차(표본의 대표성 문제)와 비표본오차(의도와 달리 응답하는 역선택 등 표본 대표성 이외 문제) 탓에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와 정치도박 사이트에선 ‘잔류’가 높게 나온다. 일반 국민보다 경제적 득실을 더 따지는 응답자 특성상 탈퇴 때 영국이 받는 피해가 클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잔류 때에 비해 2020년 3%, 2030년에 5% 위축될 것으로 추정했다.
불확실성이 증폭될 때 시장은 선제적으로 움직인다. 가장 뚜렷한 것은 투자자 성향이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다. 스위스프랑화와 일본 엔화가 안전통화로 부상하면서 닛케이지수는 16,000선이 붕괴됐다. 독일 일본 등 선진국 국채금리도 마이너스 국면으로 들어섰다.
유럽연합은 단일 경제현안 중 가장 역사가 길다. 자유사상가에 의해 ‘하나의 유럽 구상’이 처음 나온 20세기 초를 기점으로 하면 110년, 이 구상이 처음 구체화된 1957년 로마 조약을 기준으로 하면 60년이 넘는다. 유럽인의 피와 땀이 맺혀 어렵게 마련된 것이 유럽연합이다.
유럽통합은 두 가지 경로로 추진돼 왔다. 하나는 회원국 수를 늘리는 ‘확대’ 단계다. 현재 28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영국은 가담하지 않았지만 회원국 간 관계를 끌어올리는 ‘심화’ 단계다. 유로화로 상징되는 유럽경제통합(EEU)에 이어 유럽정치통합(EPU), 유럽사회통합(ESU)까지 달성해나간다는 원대한 구상이다.
하지만 유럽통합헌법에 대한 유로존 회원국 동의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주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심화 단계가 먼저 난관에 부딪혔다. 이 문제는 EEU에 잠복해 있던 일부 유로 회원국에서 재정위기가 터지면서 퇴보한 느낌이다.
유럽통합 과정에서 영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감안할 때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확대 단계 역시 커다란 시련을 맞을 전망이다. 다른 회원국의 연쇄 탈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유럽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유로존 탈퇴 문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가 동참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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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와 분리독립은 쉽지 않은 문제다. 1975년 치러진 영국의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는 부결됐다. 1995년 캐나다 퀘벡과 2014년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투표도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반대가 더 많이 나왔다. EU 잔류를 주장하는 조 콕스 영국 하원의원의 사망 소식도 막판에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유럽연합의 앞날은 ‘현 체제 유지(muddling through)’ ‘붕괴(collapse)’ ‘강화(bonds of solidarity)’ ‘질서 회복(resurgence)’ 등 네 가지 시나리오로 압축된다. 회원국이 정치적 명분과 경제적 이익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세계 경제와 증시도 진흙탕 속을 헤매는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영국과 다른 회원국 모두에 차선책으로 ‘B+EU(Britain+EU)’ 방안이 떠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B+EU는 영국을 EU에 잔존시키면서 난민 테러 문제에 자체적인 해결 권한을 갖도록 하는 방식이다. 영국은 EU의 구속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자국 현안을 풀어갈 수 있어 브렉시트보다 현실적인 방안이란 평가다.
B+EU가 추진된다면 프랑 ?벨기에 등 테러 피해로 국수주의 움직임이 거센 회원국이 이 방식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특히 B+EU에 이어 ‘F+EU(France+EU)’까지 적용될 경우 유로존에 이어 EU 차원에서도 ‘이원적인 운용체계’가 공식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경제와 증시 흐름에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