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풀 꺾인 찬성론
[ 이상은 기자 ]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를 1주일 앞두고 유럽연합(EU) 잔류파인 조 콕스 영국 하원의원이 16일(현지시간) 갑작스레 피살되면서 기세를 높여가던 브렉시트 찬성론이 한풀 꺾이는 분위기다. 찬반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투표 결과를 가늠할 부동층이 콕스 의원에 대한 동정론 등으로 반대 쪽에 기울 가능성이 높아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취합한 결과를 보면 피살사건 직전까지 여론은 찬성 의견이 48%로 반대(43%)보다 우세했다. 지난 며칠 새 찬성 여론이 2%포인트, 3%포인트 차로 우세했던 것과 비교해 격차를 벌렸다.
하지만 이날 집계된 결과는 콕스 의원이 피살되기 전에 조사한 것이다. 사건 이후 바뀐 민심의 결과를 알려면 19일까지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 콕스 의원의 사망으로 찬반 양측이 모든 캠페인을 중단하고 18일까지 애도 기간을 보내기로 하면서 설문 결과 발표도 미뤄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투표 자체가 연기될 수 있다는 말도 돌지만 근거는 분명하지 않다.
콕스 의원 살해 혐의로 체포된 토머스 메이어(52)는 정신질환 경력이 있는 외톨이로 알려졌다. 그는 콕스 의원을 총과 칼 등으로 공격하기 전 ‘영국이 우선이다(Britain first)’고 외친 것으로 알려졌으나 완전히 확인된 사항은 아니다. ‘브리튼 퍼스트’라는 이름의 영국 극우단체는 자신들과 아무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메이어가 인종차별적 성향을 가진 인물로 이민자 증가에 반대해 EU 잔류를 주장한 콕스를 공격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는 10년 전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인종차별 지지 단체에 찬성하고 관련 잡지를 구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민자 문제는 브렉시트에 대한 찬반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잣대다.
여론조사업체 입소스 모리가 지난 11~13일 1257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해 16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유권자들은 가장 중요한 이슈로 이민(33%)을 꼽았다. 1개월 전 조사보다 5%포인트 올랐다.
특히 터키의 EU 가입 문제가 ‘뜨거운 감자’라는 점이 확인됐다. 브렉시트 찬성 측은 난민 수용을 받아들인 터키가 신속 절차를 통해 EU에 가입할 것이고 이 경우 영국에 터키인이 대거 유입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식으로 주장하는데, 응답자의 45%가 이 주장에 동의한다고 했다.
영국 정부는 EU에서 탈퇴하면 경제가 위축돼 가구당 연 4300파운드(약 717만원) 손실을 볼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 주장에 대해선 응답자의 70%가 믿지 않는다고 했다. 심지어 브렉시트 반대 의견을 보인 이들 중에도 절반 이상이 이 주장에 동조하지 않았다. 과장된 협박이라고 생각하는 셈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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