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4시30분 서울 성수동에 있는 경일고등학교(교장 오승모·사진) 멀티미디어실. 정규 수업을 마친 1~3학년 학생 130여명이 성동구청이 마련한 ‘찾아가는 성동 명사특강’을 듣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이날 강의는 고려대 경제학과의 이국헌 교수가 ‘학생이 알아야 할 경제 이야기’란 주제로 1시간 가량 진행됐다.
성동구(구청장 정원오·사진)가 2007년 시작한 명사특강 프로그램이 95회째를 맞았다. 주로 성인 위주로 진행돼왔던 이 특강은 지난해부터 강사가 성동구 지역의 고등학교를 직접 방문해 강의하는 방식을 도입하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5월 성수고를 시작으로 한양대부속고, 덕수고 등에서 시인 정호승, 인문학자 고미숙, 리더십 전문가인 김승환 FYC연구소장 등이 학생들을 만났다.
배경득 성동구청 평생교육팀장은 “강의를 듣고 싶어도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는 의견을 반영해 지난해부터 학교로 ‘찾아가는 특강’을 시작했다”며 “학교와 학생들이 원하는 강사를 우선적으로 섭외하기 때문에 반응도 매우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복합 혁신교육 특구’로 지정된 성동구는 미래인재·글로벌시민 양성, 역사·생태문화 체험 등 주제별로 다양한 체험학습도 추진하는 등 교육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이날 경일고 특강도 경제이론과 생활경제의 접목 등 평소 교과과정에서 접하기 힘든 사례를 재미있게 다뤄 학생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이 교수는 매월 1만원씩 30년 저축하는 것과 매월 3만원씩 10년 저축할 경우 원금은 360만원으로 같지만 연 이자 10%를 가정하면 만기가 됐을 때 각각 901만5000원과 541만5000원으로 큰 차이가 나는 사례를 소개했다. 이 교수는 “적은 금액이라도 일찍부터 저축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며 “원금과 이자의 합계에 다시 이자가 붙는 복리법의 마술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야구장 입장료를 사례로 들었다. 이 교수는 “가령 어른은 9000원, 청소년은 5000원, 초등학생은 3000원으로 입장료를 차별화하는 것은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라며 “소득이 있는 어른은 가격이 더 비싸도 지불할 의사가 있어서 민감도가 낮다”고 풀이했다.
강의를 들은 박재현 군(3학년)은 “딱딱한 경제이론을 실생활과 연결해 이해하기 쉬웠다”며 “대학에서도 경제학을 전공해 불평등 문제 등을 연구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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