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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력산업의 아버지 한만춘, 전압 220V 표준화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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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뽑은 과학자 (8) 한만춘

부족한 전력문제 해결 위해 '배전 승압 사업' 이론 닦아
"나라 일으키려면 공학자 양성"…우리말 공학 교과서 많이 써내



[ 박근태 기자 ] 동그란 구멍 2개가 뚫린 ‘돼지코’ 모양의 콘센트로 상징되는 220V 전압을 지금처럼 사용하게 된 것은 고(故) 한만춘 연세대 명예교수(1921~1984·사진)의 공이 컸다. 1970년대까지도 발전소가 부족했던 한국은 전력 사정이 열악했다. 정부는 경제성 있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 방법을 모색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일제 식민통치와 미군정을 거치며 가정에선 100V, 공장에선 200V를 쓰고 있었다. 100V는 전선에서 낭비되는 전력이 너무 많고 효율성이 떨어졌다.

연세대 이공대학장을 맡고 있던 한 교수는 상당수 나라가 일찍부터 220V를 쓰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같은 전력을 소비하는 전자제품은 전압을 2배로 올리면 소비되는 전류는 절반으로 줄고, 전선에서 낭비되는 전기도 줄일 수 있었다. 한 교수는 1968년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막 창간한 월간 과학기술 종합지 ‘과학과 기술’에 ‘배전 승압의 경제성’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가정이나 공장에 공급하는 전압을 높였을 때 얼마만에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직접 계산으로 입증했다. 한 교수가 닦은 이론적 근거로 1973년 시작한 배전 승압 사업은 2005년 32년 만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한국전력은 당시 설비 증설 없이 발전소 1기를 대체하는 효과를 얻은 획기적 제안이었다고 평가했다.

한 교수는 경성제국대학 전기공학부를 1회로 졸업한 수재로, 그는 한전의 전신인 조선전업주식회사를 거쳐 광복 후 서울대에서 학생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6·25전쟁 후에는 전북대와 연세대, 인하대에서 후학을 가르치다 늦깎이로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영국 노팅엄대에서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원자력에 주목했다. 그리고 원자로 제어의 안정성을 분석하는 시뮬레이션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기 제어공학 분야에서 한국인이 받은 첫 박사학위였다. 그가 귀국 후 처음 한 일은 컴퓨터를 만드는 일이었다. 제자들과 청계천 만물상을 돌며 군용물자에서 버려진 부품을 끌어모아 진공관 컴퓨터를 제작했다. 1964년 국산 첫 아날로그 컴퓨터 ‘연세101’이 이렇게 태어났다. 한 교수는 이 컴퓨터로 당시 원자력 기술 확보를 위해 도입한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 마크2’의 운영 시뮬레이션을 개발했다.

한 교수는 평생 원칙과 정의에 대한 일관된 신념과 절약과 절제하는 삶을 살았다.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에 참여한 애국지사 월봉(月峯) 한기악(韓基岳) 선생의 장남이다. 평소 말이 없고 과묵한 성격이었지만 제자에게만은 예외였다. 수업 중 무례한 질문을 해도 친절하게 받아주고 질문을 많?하는 학생에겐 공부할 자료를 챙겨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한 교수는 공학 교과서를 많이 썼다. 무엇보다 나라를 일으킬 실력 있는 공학자를 양성하려면 우리말 교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한 교수가 1984년 63세의 나이에 갑작스럽게 타계하자 제자들은 젊은 후학 양성에 애썼던 스승의 업적을 기려 그의 호를 딴 학술상을 제정했다. 박사학위를 받은 지 얼마 안 된 신진 학자에게만 주는 춘강학술상은 올해로 31년째를 맞이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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