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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팀 리포트] "나는 네가 한 짓을 알고 있다"…'마음의 흔적' 들여다보는 거짓말탐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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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질렀습니까?", "아니요"…잠잠하던 탐지기 파형 요동

사건 실마리 푸는 해결사
거짓말탐지기 검사 받은 인원 작년 8500명…5년 새 50% ↑
법적 효력은 없지만 법관의 판결에 영향 미쳐

탐지기 속이기는 어렵다
검찰이 기소한 사건과 탐지기 결과 90% 일치



[ 심은지 기자 ]
“당신은 서울 구로구에 삽니까.”(경찰)

“네.”(피의자 김씨)

“당신은 여자입니까.”(경찰)

“아니요.”(김씨)

“1층에 불을 질렀습니까.”(경찰)

“아니요.”(김씨)

“사건 당일 집에 있었습니까.”(경찰)

“아니요.”(김씨)

세 번째 질문부터 잔잔하던 거짓말탐지기 파형이 크게 요동쳤다. 네 번째 질문에선 더 큰 물결이 형성됐다. 30분여간 계속된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김씨의 진술은 ‘거짓’으로 나왔다.

지난해 1월 서울 구로구 한 아파트의 1층 방화사건은 거짓말탐지기 검사로 해결됐다. 1층에 사는 이모씨(36)는 집에 불이 나자 2층에 사는 김모씨(34)를 방화범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평소 층간소음 문제로 자주 다퉜다. 이씨는 “김씨가 더 이상 열 받게 하면 확 불질러 버릴 거야”라고 말하곤 했다고 경찰에 증언했다. 김씨는 이씨가 자신을 모함하고 있다며 펄쩍 뛰었다. 양측의 ‘진실게임’에 경찰은 난감했다. 폐쇄회로TV(CCTV)와 목격자 등 증거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짓말탐지기 검사로 심리적 압박을 느낀 김씨가 방화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사건은 쉽게 해결됐다.

늘어나는 거짓말탐지기 수사

경찰이 범죄 수사에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늘리고 있다. 구로동 방화사건처럼 사건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하고, 법정에서 정황 증거로 쓰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은 피의자는 8506명에 이르렀다. 2010년(5658명)보다 50% 이상 늘었다.

양쪽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건일수록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으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은 인원의 28.8%(2452명)가 폭력 사건에 휘말린 피의자였다. 이어 강간·성폭력(27.3%·2323명) 절도(19.5%·1665명) 살인(1.04%·89건) 순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폭력, 강간 등의 범죄는 피해자와 피의자의 진술이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며 “둘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증인이 없고 CCTV 등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사건에선 거짓말탐지기가 핵심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폭행 혐의로 고발된 DJ DOC의 멤버 김창렬 씨(43) 사건도 처음엔 검찰이 기소하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졌다. 김씨는 2013년 한 회식 자리에서 아이돌그룹 멤버의 뺨을 때렸다는 의혹을 받았다. 오래된 사건이라 증거가 없었고 피해자가 금전 등 다른 이유로 김씨에게 해코지한다는 김씨의 주장도 설득력이 있었다. 진실 공방이 오가던 중 경찰은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제안했다. 김씨도 억울함을 호소하며 조사에 적극 응했다. 하지만 ‘거짓’ 반응이 나오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7일 김씨를 폭행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거짓말탐지기는 ‘마음의 흔적’을 들여다보는 것이기 때문에 조사 전에 피의자가 반드시 동의해야 한다. 지난 4월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된 개그맨 이창명 씨는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거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거부하면 강제로 할 수는 없다”며 “다만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거부했다는 것 자체가 정황상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 피의자가 조사에 동의한다”고 설명했다.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는 법정에서 증거 효력이 없다. 그렇지만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는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법관이 증거의 증명력을 자유판단하는 자유심증주의에 따라 판결을 내리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과학수사부가 2009~2012년 거짓말탐지 검사를 한 사건 중 확정 판결이 난 6273퓽?심층 분석한 결과 검찰이 기소한 사건과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는 89.2%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습하면 피할 수 있다? No!”

거짓말탐지기는 호흡과 피부전기반사, 혈압, 맥박을 동시에 기록하는 폴리그래프 장치다. 검사컴퓨터와 탐지기, 호흡반응기, 피부전기반응기, 심혈관기, 말초신경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피의자는 가슴, 팔, 손가락 등에 기구를 부착한다. 거짓말을 하면 신체에 미묘한 변화가 발생하는데 평소엔 파형이 잔잔하게 움직이다가 거짓말을 하면 큰 폭으로 널뛴다.

연습을 통해 거짓말탐지기를 속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검사 당일 피의자는 한 시간 전에 미리 질문지를 받는다. 폭행, 살인사건이 벌어진 장소와 시간 등에 대한 내용으로 ‘네’ 또는 ‘아니요’로만 답할 수 있는 질문이다. 검사관은 허를 찌르는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어떤 질문이 이어질지 모두 알려주고 친절하게 연습을 시킨다. 이 같은 절차는 거짓말탐지기를 속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거짓말탐지기는 경찰청과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지방경찰청에 2~3대씩 31대가 보급돼 있다. 거짓말탐지기를 활용해 수사를 벌일 수 있는 전문 수사관은 34명밖에 없다.

경찰은 폴리그래프 외에도 음성, 영상분석 등 다양한 방식의 거짓말탐지기를 시험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영상을 기반으로 하는 바이브라이미지(vibraimage) 장치를 갖고 있다. 이 장치는 직접 사람에게 부착하지 않고 영상을 통해 미세 움직임을 기록한다. 경찰 관계자는 “거짓말탐지기 성능이 정교해지고 90% 안팎의 진실 여부를 가려내기 때문에 갈수록 수사과정이나 법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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