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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가 기본인 세상이다. 연애, 결혼, 출산, 내집 마련, 인간관계의 다섯 가지를 포기한 ‘5포 세대’라 불리는 요즘 20대도 맞벌이라면 결혼은 고려한다. 문제는 출산과 육아다. 인구 급감을 우려한 정부가 기를 쓰고 출산 장려에 나서고 있으나 육아와 교육에 대해서는 여전히 현실적 대안이 없다.
MBC 일일드라마 ‘워킹맘 육아대디’(연출 최이섭, 박원국, 극본 이숙진)는 이런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주인공인 이미소(홍은희 분)는 사내 커플인 남편 김재민(박건형)과 일곱 살 딸 하나를 키우며 고군분투 맞벌이를 한다. 직장맘은 주위의 민폐녀라며 ‘쏘리맘’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힘겹게 살아간다. 반면 주예은(오정역)은 시간강사인 남편 차일목(한지상)과 아들을 키워주는 의붓 친정엄마 덕에 겉으로는 완벽한 맞벌이 직장맘으로 군림한다. 야근하다가도 어린이집으로 달려가는 미소를 한심하게 생각하는 그는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에 들어맞는 사례다.
미소가 둘째를 임신하면서 이야기는 본격화된다. 첫애 때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했던 직장맘이 둘째를 임신하 ?권고사직은 당연지사인 사회. 둘이 벌어야 집세를 내고 기본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게 현실인데 어렵게 입사한 안정된 대기업을 그만둔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 부부는 어떻게 대처할까? 첫째 눈물을 머금고 임신한 둘째를 없앤다. 둘째 얼굴에 철판(?)을 깔고 두 번째 육아휴직을 감행한다.
이 드라마는 ‘육아 대디’가 제목인 만큼 색다른 대안을 제시한다. 법적으로 보장된 남편의 육아휴직이다. 같은 직장 커플이지만 미소보다 더 잘나가던 남편 재민이 육아휴직계를 내면서 미소는 출산 후 회사에 복귀한다. 그 과정에서 겪은 설움과 굴욕은 이 드라마의 백미. 하지만 비슷한 경험치가 있는 워킹맘들은 저절로 채널을 돌리게 된다. 맨정신으로는 듣기 어려운 직장 동료들의 욕설과 비하가 감초처럼 등장해서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보기 불편한 갈등의 틈틈이 등장하는 조미료는 편견 가득한 학부모들의 세상이다. 요리 블로거 윤정현(신은정)과 산부인과 원장 박혁기(공정환) 부부는 재산과 학벌로 인간관계를 재단하는 부류다. 아내가 차려주는 7첩반상에 행복해하면서도 지방대 출신이라고 경멸하는 박혁기는 여덟 살 딸이 완벽한 금수저가 되려면 영어유치원과 영재 교육이 필수라 생각하는 속물이다.
학부모 활동도 열심인데 부모들의 학벌과 직업에 맞춰 딸에게 같이 놀 수 있는 부류와 아닌 부류를 정해준다.
‘워킹맘 육아대디’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음이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다. 미소는 어린 시절 재가한 어머니 밑에서 버림받아 자존감이 부족하다. 예은은 의붓엄마에게 자란 극단의 이기주의자다. 정현은 집안과 재력을 좇아 사랑했던 순수남을 버린 컹막?사랑 없이 살아간다. 이들이 건강한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존재는 바로 아이들. 상처의 강도와 부위도 모두 다르지만 공통된 것은 엄마만큼 아이들도 아프다는 사실이다.
‘워킹맘’과 ‘전업맘’의 갈등도 포인트.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도 버거운데 학부모의 학교활동도 기본인 현 사회를 겨냥한 ‘웃픈(우습지만 슬픈)’ 현실은 드라마 속 ‘육아 대디’들의 색다른 활약상을 예고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집안일과 육아를 이들처럼 해내는 남편들이 많아진다면 워킹맘들의 육아전쟁은 더 이상 전쟁이 아닐 수 있다는 점. 그러나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다.
이주영 방송칼럼니스트 darkblue8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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