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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현·장 이야기] 엔비케이스④-끝 <인터뷰> "가장 소중한 빛으로 어둠을 비추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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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케이스는 방문자들의 애장품과 소장품을 마음껏 자랑하고 함께 구경하는 플랫폼이다. 나아가 이미지 곳곳에 '기부 아이콘'을 배치해 '기부 경제' 시대를 열어보고 싶다. '가장 소중한 빛으로 어두운 곳을 비추겠다'는 것이 엔비케이스의 신념이다."

장문영 티드(TID) 대표의 자신에 찬 말이다.

올해로 38세인 그는 16년 전 처음으로 소년소녀가장을 도왔다. 여지껏 소년소녀가장돕기연합, 유니세프, 세브란스 어린이 병원, 굿네이버스 등 민간 단체(NGO) 지원에 앞장서는 소위 '기부 천사'다.

'기부 천사'가 이제 '기부 경제'에 앞장서려고 채비 중이다. 티드가 운영하는 SNS 엔비케이스의 창업을 통해서다. 그래서 이 회사의 사업 신념이 '가장 화려한 서비스로 어두운 곳을 비추겠다'이다.

▶ 창업한 지 1년 반 만에 엔젤투자와 시드라운드 투자를 모두 받았다.

"엔비케이스가 탄생한 지난해 첫 투자 라운딩에서 5억원을 투자받았다. 한국벤처투자(KVIC)와 고벤처클럽 등이 이 시기의 투자 유치에 참여했다. 엔젤투자 단계에 개인이 아닌 기관투자자가 돈을 대는 일은 이례적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2016년 5월 말에 네오위즈 인베스트먼트, 에이블 커뮤니케이션즈, JP컴퍼니 등이 5억5000만원을 또 투자했다. 두 번째 시드라운드까지 투자 유치에 가속 패달을 밟은 셈이다."

▶ 올해 매출이 '0원'이라고 들었다. 발빠르게 투자 유치에 성공한 비법이 있나.

"두 말 할 것 없이 비법은 '성장성'이다. 엔비케이스는 지난해 제품도 없이 시장성 검증을 목적으로 참가한 글로벌 데모데이(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 사업 모델 등을 공개하는 행사)에서 유일하게 해외 엑셀러레이터(창업 지원 기관) 4곳으로부터 프로포즈를 받았다. 여기에 애플의 에반젤리스트로부터 사업성을 인정받아 기술 이전을 약속받았다."

▶ SNS 엔비케이스는 글로벌 서비스인가.

"엔비케이스의 사용자가 가장 많은 미국을 비롯해 남미, 유럽, 호주, 아시아 등 모두 121개국(2016년 5월 기준)에 사용자가 있다. 글로벌 인플루언서(영향력이 큰 개인)와 아티스트의 경우 약 3000명이 이 플랫폼에서 활동 중이다. 엔비케이스에 공유 중인 패션 브랜드 수는 9만여종에 이른다. 아직까지는 애플의 iOS 버전에서만 서비스되고 있지만 연내 안드로이드(Android) 플랫폼으로까지 영역을 넓힐 예정이다."

▶ 창업 자금은 어떻게 마련했는지 궁금하다.

"햇수로 12년 동안 신발 유통업체인 ABC마트에서 일했는데 세 번째 창업을 결심하면서부터 한 푼이라도 더 모으려고 점심을 굶었다. 차비도 아꼈다. 집에서 회사까지 약 1시간30분이 걸렸는데 지하철을 타다가 당산역에서 버스로 바꿔 타야 했다. 집은 등촌역 부근이었다. 어릴 때 우체국에서 일하다가 팔을 다친 적이 있다. 이때 장애등급 4급 판정을 받아서 지하철은 무료다. 버스 요금은 지불해야 했다. 그래서 당산역에서 등촌역까지 2시간 가까이 걸어서 퇴근했다. 그렇게 전재산을 긁어 모았다."

▶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창업한 이유가 있는지.

"2013년 5월, 엔비케이스에 앞서 스타트업 티드(TID)로 먼저 국내에서 창업했었다. SNS 엔비케이스의 법인명은 아직까지 TID다. TID는 '하루 세 번'을 뜻하는 약학 용어로 '하루에 세 번은 방문하자'는 뜻을 담은 모바일 쇼핑몰이었다. 하지만 조급함의 덫에 걸려 개발 아웃소싱을 체결하고 영업 조직을 무리하게 늘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미국 진출 시도 역시 악재로 되돌아왔다. 각종 비용 문제와 기술 부채, 조직 운영의 미숙함이 한꺼번에 드러나면서 런칭 3개월 만에 구조조정과 동시에 서비스 중단을 결정했다. 3개월 가량 피버팅(방향 전환)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재구축한 뒤 탄생한 서비스가 엔비케이스다. 재기할 수 없는 마지막 시도였기에 스타트업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크게 성장하고 싶었다."



▶ '기부 활동'에 대한 마음가짐이 남다르다.

"어려서부터 주변 사람들을 돕고 나면 기뻤다. 자선사업가는 아니지만 '사람은 누군가를 도울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끼도록 디자인 되어 있다'라고 머릿속에 새기고 산다. 개인적으로 '애정결핍'에서 시작된 생각이라고 본다. 너무 어릴 때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나서 사실상 소년가장의 심정으로 돈을 벌고 다녔다. 어머니도 하루 종일 동대문 시장에서 밤늦도록 일만 해서 외로움이 컸다. 소년소녀가장돕기연합에 가장 먼저 기부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지금까지 소년소녀가장들만 100여명 정도 직간접적으로 도왔다. 기부도 가진 돈이 없으면 고통일수도 희생일수도 있다. 기부자가 성장해야 고통과 희생 없이 함께 잘 살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벌어야 행복할 수 있다면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해서 나의 행복감도 채울 생각이다."

▶ 엔비케이스의 가까운 미래와 먼 미래의 모습을 말해달라.

"엔비케이스의 올해 목표는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하는 것이다. 엔젤 투자와 시드라운드 투자를 잘 받아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1년이 '퀀텀 점프'를 위해 가장 중요한 시기다. 2017년엔 인플루언서 1만명 이상을 확보하는 것이 두 번째 구체적인 목표다. 글로벌 이용자 수를 뛰어넘어 재방문율과 인지도 역시 높여야 한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안에 다음 투자 유치 단계(시리즈 A)에 진입하고 싶다. 올 하반기엔 2.0 버전의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이 버전부터 이용자들은 개인의 쇼룸에 소장품과 애장품을 올리고 기부할 수 있다. 기부된 물품은 별도의 웹 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전액 기부 활동에 쓰여진다. '가장 화려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서비스로 어두운 곳을 비추겠다'는 DNA를 전 세계에 전파하는 것이 미래의 목표다."



글 =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그래픽 = 장세희 한경닷컴 에디터 ss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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