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만난 2030창업가 4인
상품 기획 등 인문학도 역할 커
밀레니얼 세대가 핀테크 이끌 것
[ 공태윤 기자 ]
“자본금 1억원이 있었는데 스타트업을 시작하자마자 빚이 2억원이 되더군요”(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정보기술(IT)과 결합해 새 사업영역을 창조하는 금융, 핀테크(금융+기술)는 창업이 활발한 분야다. 지난달 31일 서강대에서는 핀테크 분야 청년 창업자 네 명과 대학생들의 만남이 이뤄졌다.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가 핀테크센터와 공동 개최한 이날 행사에는 핀테크 스타트업 연합인 옐로금융그룹의 이정훈 실장이 참석해 핀테크산업의 최신 동향과 미래를 들려줬다.
또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보안카드와 공인인증서 없이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는 앱(응용프로그램) 토스를 소개했다. 빅데이터 기반의 최적화된 마케팅을 제공하는 레코벨의 박성혁 대표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 대해, 핀테크 알고리즘을 활용한 보험 분석 시스템인 마이리얼플랜의 김지태 공동창업자는 온·오프라인 연계(O2O) 플랫폼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서울대 치대를 나온 이 대표는 삼성의료원에서 잘나가는 치 珦퓨玲눼? 복잡한 결제서비스 때문에 한 시간 넘게 쩔쩔맨 기억이 그를 스타트업 창업으로 이끌었다. 그는 “좀 더 편리하고 간편한 세상을 만들고 싶어 스타트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치과의사를 하면서 모은 돈이 1억원 넘게 있었는데 창업하자마자 빚을 지게 되더라”며 창업하려면 굳은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금융학을 공부한 해외파인 김 창업자는 부친과 함께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벤처 1세대인 아버지가 혁신적인 보험서비스 사업을 제안해서 함께 창업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핀테크와 금융서비스의 혁신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실장은 “사회초년생인 ‘밀레니얼 세대’가 핀테크 혁신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2년 새 핀테크 벤처캐피털 투자가 다섯 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미국 시장조사기관(CB인사이트)의 자료를 제시했다. 이 대표는 알리페이의 ‘월 보험료 100원 상품’을 소개하면서 “새로운 핀테크 채널에서는 기존 패러다임을 바꾸는 상품이 속속 생겨날 것”으로 전망했다.
핀테크의 기초와 성공은 양질의 빅데이터에 달려 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You are what you eat)’라는 미국 속담은 인공지능(AI)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양질의 풍부한 데이터가 더 강력한 AI를 창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똑똑한 인공지능은 얼마나 좋은 데이터를 확보하느냐에 달렸다는 얘기다. 그는 세계적인 IT기업들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오픈소스로 공개하면서도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는 것을 사례로 들면서 “데이터가 가장 핵심 자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핀테크 기업들이 이공계 출신만 원하는 건 아니다. 이 실장은 “임직원 300여명 중 30%가 인문계 출신”이라며 “핀테크라 해서 모두 웹·플랫폼을 개발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솔루션 기획 단계부터 소비자에게 필요한 상품 구성 등에 인문학도의 역할이 크다는 것이다. 옐로금융그룹은 지난해 9월 인턴과 신입, 경력직원을 채용하면서 △전략 △서비스기획 △법무 △홍보마케팅 등의 분야에서 인문계 출신을 상당수 뽑았다.
사회자로 나선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서강대 교수)은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에는 수많은 IT 개발자가 있고 로이드 블랭크페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골드만삭스를 금융회사가 아니라 IT회사라고 일컬을 정도”라며 핀테크가 금융 트렌드를 이끌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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