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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Insight] 미국·유럽 사로잡은 토니모리, 중국서 K뷰티 선두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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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재밌는 화장품 '대박'
토마토·바나나 모양의 '파격적' 용기, 10대 여학생 사이서 입소문나며 불티
2010년부터 年평균 매출 31%씩 증가

41개국에 7700여개 매장
미국 뉴욕·샌프란시스코에 단독 매장
편집숍 세포라 유럽 전 매장에 입점

중국시장 공략 본격화
중국 유통 총판업체와 분쟁 마무리
연5억개 화장품 생산공장 내년 완공
중국 왓슨스2000여개 매장에도 입점



[ 전설리 기자 ] 2008년 배해동 토니모리 회장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설립 2년째인 토니모리가 부진해서였다. 화장품 용기 사업(태성산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그는 질 좋은 내용물을 담아 판매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전국 토니모리 매장의 절반 이상이 손실을 내고 있었다. 가격 할인 외에 방법이 없었다. 가격 할인은 브랜드 이미지를 떨어뜨렸다. 재고를 팔기 위해 또 할인에 나서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배 회장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겼던 토니모리를 직접 경영하기로 했다. 가장 자신있는 용기부터 바꿨다. 토마토 모양 등 파격적인 디자인 제품을 선보였다. 막 화장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여중고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기존에 볼 수 없던 귀엽고 아기자기한 제품에 끌린 것이다. 매장이 붐비기 시작했고, 가맹점 개설 문의가 급증했다. ‘한국 화장품 유통 1번지’로 알려진 명동에도 매장을 냈다. 이후 작년까지 매출 성장률은 꾸준히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재밌는 화장품 탄생 비결은 ‘소통’

2008년 배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뒤 가장 먼저 바꾼 것은 기업문화다. 모든 임원실의 문을 활짝 열었다. 부서 간 벽도 허물었다. 소통하기 위해서다. 소통하는 문화가 정착되자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그가 “토니모리를 살린 효자 제품”이라고 소개하는 ‘토마톡스 매직 마사지팩’도 직원들과의 대화에서 탄생했다. 여성의 가장 큰 피부 고민 중 하나는 미백. 회의 도중 한 직원이 “토마토 안에 얼굴을 화사하게 만드는 미백 성분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이 “귀여운 토마토 모양의 용기를 제작해 내용물의 기능을 알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용기 전문가인 배 회장은 승부수를 띄우기로 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 제품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일부 매장에선 품귀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2014년 12월부터 시판한 ‘매직푸드 바나나 핸드 밀크’의 제품 아이디어는 배 회장이 냈다. 개발 초기 직원들은 반신반의했다. 바나나에 담겨 있는 문화(성적) 코드가 문제였다. 배 회장은 “건강은 물론 피부에도 좋다”고 설득했다. 토론과 연구 끝에 2년 만에 제품이 나왔다. 매직さ?바나나 핸드 밀크는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미국 유럽에서 가장 잘 팔리는 인기 제품이다. 신주희 토니모리 마케팅팀 부장은 “토니모리의 성장동력이 된 ‘백젤 아이라이너’ ‘립톤 겟잇 틴트’ 등도 소통 문화 덕택에 탄생했다”며 ”가맹점주 세미나를 개설하는 등 가맹점주와 소통을 늘린 것도 성장 비결이었다”고 말했다.

연산 5억개 규모 중국 공장 착공

올해 10주년을 맞은 토니모리는 토마톡스 매직 마사지팩, 백젤 아이라이너, 매직푸드 바나나 핸드 밀크 등 히트 제품의 성공을 토대로 급성장했다. 2010년부터 작년까지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31%. 작년 매출 기준으로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 가운데 7위다.

북미 남미 유럽 중동 러시아 동남아시아 중국 일본 호주 등 41개국에 7700여개 매장(숍인숍 포함)을 두고 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미국 뉴욕 맨해튼과 샌프란시스코에 단독 매장을 냈다. 지난달 초에는 세계적인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의 유럽 전 매장(프랑스 등 14개국 825개 매장)에 입점했다.

토니모리는 중국에서 제2의 도약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난 2년간 토니모리는 중국 유통총판업체와의 소송 탓에 중국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쟁사들이 한류 흐름을 타고 K뷰티(화장품) 확산에 나서는 동안 속앓이를 해야 했다. 올해 초 소송에서 이겨 문제가 해결됐다. 토니모리는 중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월 말 중국 상하이에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다.

토니모리 자회사인 메가코스는 지난달 18일 중국 저장성 핑후시에 연간 5억개 화장품을 생산할 수 있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공장을 착공했다. 내년 상반기 완공 예정인 이 공장에서는 제품 기획·개발부터 내용물과 용기 생산, 내용물 충전, 포장, 유통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한다. 배 회장은 “화장품 기획부터 유통까지 전 단계를 아우르는 공장을 세우는 것은 토니모리가 처음”이라며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대 타깃으로 브랜드 재정비

토니모리는 중국에서 총 60개 매장을 운영한다. 중국 최대 헬스·뷰티 유통업체인 왓슨스 2000여개 지점에도 입점했다. 400여개 제품에 대해 위생허가를 받았다. 연말까지 이를 650개로 늘린다는 목표다. 배 회장은 지난달 19일 서울 아름지기 사옥에서 열린 출범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중국 시장을 본격 공략해 제2의 도약에 나설 것”이라며 “K뷰티 선도자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2025년까지 매출 2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토니모리의 작년 매출은 2200억원. 10년간 매출을 약 10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이 중 55%, 최대 70%를 중국 등 해외에서 올린다는 계획이다.

토니모리는 10주년을 맞아 국내외 20대를 타깃으로 브랜드를 재정비했다. 지난달 ‘위트와 센스, 즐거움이 있는 아름다움(WITTY BEAUTY)’이란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을 발표했다. 매장에서 개인의 취향과 피부 타입에 맞게 화장품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셀프 큐레이팅 존’도 운영할 계획이다. 이용자가 향과 색상 오일 등을 고르면 즉석에서 나만의 맞춤형 립글로스와 보디 스프레이, 클렌징워터 등을 만들어준다. 신 부장은 “개성을 중시하는 20대 젊은 층을 겨냥해 도입하는 프로그램”이라며 “20대를 타깃으로 하면 젊은 여대생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30~60대 고객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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