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펀드 규제 대폭 완화
'큰손 전유물' 사모펀드에 개인도 간접투자
지수보다 더 많이 오르는 액티브ETF 출시
시행령만 바꾸면 돼 이르면 연말께 신상품
[ 안상미 / 송형석 기자 ] 금융당국이 펀드 관련 규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회사만 다르고 내용은 똑같은 ‘붕어빵 펀드’로는 국민의 재산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의 재간접 투자나 파생상품을 이용한 손실제한형 펀드 등이 활성화되면 천편일률적인 펀드 시장이 역동적으로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규제완화는 시행령 개정사항으로 빠르면 연말부터 신상품이 나올 전망이다.
(1) 개미들도 ‘부자 리그’에 참여
평범한 직장인에게 사모펀드는 ‘그림의 떡’이다. 펀드당 투자자의 숫자를 49명으로 제한하고 있고, 최소 1억원 이상이 있어야 펀드에 가입할 수 있다. 운용사가 자체적인 기준에 따라 5억원 이상으로 투자금을 제한하는 곳도 수두룩하다. 펀드 규모를 키우려면 자산가 고객들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금융회사들의 낯資甄?
앞으로는 일반 투자자도 ‘부자들의 전유물’인 사모펀드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별도로 꾸려진 재간접 펀드가 49개인 사모펀드 투자자풀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개념이다. 500만원씩 넣는 투자자라도 1000명이 모이면 자산 규모가 50억원이 된다. 사모펀드 운용사가 이들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 시황에 관계없이 연 5% 안팎의 수익률을 내주는 절대수익 추구형 헤지펀드,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띠고 있는 CB(전환사채)에 투자하는 메자닌 펀드 등이 각광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개별 사모펀드에 넣을 수 있는 자금은 전체 펀드 자산의 20%까지로 제한했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에 재간접으로 투자하는 방안은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2) 지수 뛰어넘는 액티브 ETF 등장
경우에 따라 추종하는 지수보다 더 나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를 허용한 것도 관심을 끈다. ETF는 상장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고 거래 비용도 저렴한 상품이다. 다만 지수를 기계적으로 추종하기 때문에 ‘지수 상승률=ETF 수익률’ 공식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추종하는 지수를 두되, 투자종목이나 매매시점 등을 운용사 재량에 맡기는 게 액티브 ETF의 특징이다. 포트폴리오 조정이 자유로운 일반 펀드와 수수료가 싼 ETF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상품’인 셈이다. 금융당국은 ETF의 기준가가 지수 움직임에서 10% 이상 벗어나면 상장폐지하는 규정을 완화, 오차 범위를 30%로 넓힐 계획이다. 지수가 10% 상승했을 때 ETF 기준가가 30~40% 오르거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해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또 부동산투자신탁(리츠), 마스터합자회사(MLP) 등 다양한 실물자산의 가격과 연동하는 대체투자 상품을 활성화해 ETF 시장을 풍성하게 할 방침이다.
(3) 자산배분 펀드 진화
연금에 적합한 자산배분펀드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재간접 펀드와 관련된 규제를 완화해 주식 채권 파생상품 부동산 등에 골고루 자산을 나눠 담는 자산배분펀드를 쉽게 구성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자산배분 펀드가 담는 펀드 중 같은 운용사 상품의 비중을 50% 이하로 맞춰야 했고, 재간접 펀드가 재간접 펀드를 담는 것도 금지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걸림돌이 모두 사라진다.
업계에선 운용사별 대표 자산배분펀드의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운용사와 협력하지 않아도 자유롭게 자산배분펀드를 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대형 운용사들은 자사 펀드만으로도 글로벌 자산에 골고루 투자하는 자산배분펀드를 구성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간접 펀드 형태로 운용되고 있는 부동산·인프라 관련 상품을 자산배분펀드에 담을 수 있게 된 것도 포트폴리오 다양화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투자자의 은퇴 시점에 맞춰 운용방법을 자동으로 바꿔주는 타깃 데이트 펀드(TDF)가 활성화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퇴직연금 대부분이 TDF 성격을 띤 자산배분펀드로 유입되는 미국과 비슷한 흐름이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4) 파생상품으로 위험 낮춰
주식과 파생상품에 동시에 투자, 손실 위험을 낮춘 상품도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펀드가 담고 있는 옵션 등 파생상품의 위험 평가 산정방식을 미국이나 유럽 수준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보수적인 기준 탓에 파생상품을 펀드에 집어넣기 힘들다는 업계 의견을 전격 수용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하락장에서 손실을 줄일 수 있는 펀드, 최대 손실폭을 제한할 수 있는 펀드 등이 잇따라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수 옵션을 매도하는 전략을 병행하는 ‘커버드콜 펀드’가 전성기를 맞을 전망이다. 지금도 자산 중 일부를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펀드가 있지만 편입비중이 낮아 투자자가 체감할 만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 재간접 펀드
fund of funds. 자산 중 일부를 다른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자산배분펀드 대부분이 재간접 형태다.
■ 타깃 데이트 펀드
target date fund. 근로자의 은퇴시점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알아서 바꿔주는 펀드. 은퇴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는 게 일반적이다.
■ 커버드콜 펀드
covered call fund. 콜옵션을 매도하는 전략을 병행하는 펀드. 횡보장이나 완만한 하락장에서 콜옵션 프리미엄만큼 추가 이익을 낼 수 있다.
■ 상장지수증권(ETN)
exchange traded note. 채권 원자재 통화 금리 변동성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파생상품. 상장지수펀드(ETF)처럼 시장에 상장돼 있어 원하는 시점에 사고팔 수 있다.
안상미/송 紈?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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