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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맞춤형으로 진화한 헬리콥터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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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사회부 심은지 기자) 서울 서초동에 사는 양혜나씨(32·가명)는 지난달 어머니의 친구 아들을 소개 받았습니다. 학벌, 직업 등이 뛰어날 뿐 아니라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는 조건도 이상형에 가까웠다고 합니다. 만남을 이어가던 양씨는 남자친구가 단순히 ‘엄마 친구 아들’이 아니라 대리맞선(자녀의 결혼 상대를 부모가 미리 만나는 맞선)을 통해 정해진 상대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양씨는 “부모님이 계속 결혼을 원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대리맞선까지 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놀라더군요.

자녀들의 주변을 떠돌며 자식을 관리하는 세칭 ‘헬리콥터맘·대디’가 진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엔 초·중·고교생인 자녀를 둔 교육열 높은 학부모 정도로 여겨졌지만 자녀의 대학생활과 군대, 회사, 결혼 등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인생 맞춤형 매니저로 자리매김하는 셈이죠.

극단적인 사례들도 자주 들립니다. 군 간부를 모바일 메신저 대화방에 초대해 시도때도 없이 아들의 군생활에 대해 문의하는 건 물론이고 부대배치에 대한 항의 전화도 서슴지 않습니다. 한 의무경찰(의경) 부모는 체계적으로 다른 의경 부모들의 동의서를 다 모아와서 소속 배치를 다시 해달라고 항의했다고 합니다.

직장 상사에게 혼난 자식을 위해 상사에게 항의한 아버지의 이야기, 입사 면접에서 떨어지자 인사팀장에게 떨어진 이유를 캐물으며 취업을 호소한 어머니의 이야기 등은 어느 직종에서나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더라도 과거에 비해 부모가 자식의 인생을 관리하는데 관심이 큰 건 사실입니다. 올초 E여대가 학부모들을 위한 포털 사이트를 열었던 건 부모들의 관리 욕구가 극단적인 게 아니라 평균적일 수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부모들의 ‘관리’를 ‘도움’이라는 표현으로 바꿔봤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모들의 ‘관리’ 없이 입시와 취업, 결혼 등을 하기 어려워 헬리콥터맘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손가락질할 겁니다. 성인이 됐는데도 독립성이 부족하다고 혀를 차겠죠. 하지만 부모의 ‘도움’ 없이 입시와 취업, 결혼 등을 성공적으로 이어가기엔 어렵다는 걸 우리는 ‘3포·4포’ 등의 신조어를 통해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관리와 도움은 한끝 차이로 느껴집니다. 헬리콥터맘의 진화는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필연적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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