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정상회의 첫날, 핵·미사일 도발 강력 경고
"세계경제 큰 위험에 직면"…재정투입·구조개혁 등 공조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 "일방적 행동말라" 견제
히로시마 찾는 오바마, 원폭·2차대전 희생자 추도
피폭 일본인 4명 참석…'한국인 위령비'에도 헌화할 듯
[ 도쿄=서정환 기자 ] 주요 7개국(G7: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정상회의가 26일 이틀 일정으로 일본 미에현 가시코지마에서 개막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G7 정상들은 세계경제 부양을 위한 정책 공조를 협의했다. 27일 정상회의 일정이 끝나면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히로시마를 방문한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을 조기 종료하기 위해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지 71년 만이다.
◆G7, 재정투입·구조개혁 등 정책 공조
G7 정상들은 회의 첫날 세계 경제와 무역, 정치·외교 분야 회의를 했다. NHK 등에 따르면 G7 정상들은 “세계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세계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재정 투입과 구조 개혁 등 정책을 총동원한다는 데 합의했 ?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G7 정상들은)세계 경제가 큰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인식에 대해 일치할 수 있었다”며 “‘이세시마 경제 이니셔티브’에 따라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의 ‘세 가지 화살’을 G7에도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베노믹스의 ‘세 가지 화살’은 금융 완화와 재정지출 확대, 성장 전략을 말한다.
정치·외교 분야 회의에서는 북한과 남중국해 문제 등이 주로 논의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우리 모두의 큰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G7은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을 하지 말 것을 북한에 강력 경고하는 정상선언을 내놓을 예정이다. 정상선언 초안에는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가장 강한 표현으로 비난한다”는 문구가 이미 들어 있다. G7 정상들은 이어 “국제법의 원칙에 따라 질서와 항해, 비행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남중국해에서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우려를 나타냈다.
◆피폭자 앞에 서는 오바마
오바마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27일 오후 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해 피폭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하고 짧은 메시지를 내놓는다. 메시지는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피해자뿐 아니라 2차 세계대전 때 목숨을 잃은 모든 희생자를 추도하는 내용일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이 자리에는 일본인 피폭자 4명이 참석한다.
워싱턴 고위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인 위령비에서 2분 거리에 있는 한국인 피폭 희생자 위령비에도 헌화할 예정이다. 히로시마 원폭으로 희생된 한국인은 2만명에 이른다. 한국 외교부는 “우리의 관심사가 협의를 통해 미국 측에 전달됐다”고 밝혔다.
◆日 ‘피해자’ 분위기 조성
오바마 대통령이 베트남에 이어 히로시마를 방문하는 것은 미국이 20세기에 치른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의 ‘핵무기 없는 세계’ 구상을 부각하려는 목적이라고 외교가는 분석하고 있다. 그는 ‘핵무기 없는 세계’ 구상으로 2009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5일 미·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무기를 사용하는 공격 대응에는 아무리 정당한 것이라고 확신하더라도 반드시 비극과 고통이 일어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며 “이를 되새겨 베트남을 방문했고 히로시마를 간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그의 발언 중 “이를 되새겨(reflect)”를 일본어 통역자의 번역에 따라 “이런 반성의 마음(反省の氣持ち)”으로 일제히 전했다. 오키나와 주둔 미군 군무원의 일본인 살해사건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유감 발언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해외 언론들은 이런 정서와 관련해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인 일본이 원폭 피해자 이미지만 부각하면서 과거사에 대한 면죄부를 받으려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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