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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구조조정 스텝 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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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 '난항'…데드라인 슬그머니 연장
조선 빅3 동반감축 '역풍'…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강력 반발
국책은행 자본확충 '제자리'…한은과 의견차 못 좁혀

이태명 금융부 기자 chihiro@hankyung.com



[ 이태명 기자 ]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의 고삐를 바짝 죄기 시작한 지 한 달이 됐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등은 지난달 24일 청와대 서별관회의(경제현안회의)를 열어 구조조정의 큰 틀을 제시했다. 이틀 뒤인 26일엔 범(汎)정부 산업·기업 구조조정협의체를 통해 크게 세 갈래의 추진계획도 내놨다. 현대상선 정상화를 위해 5월 중순까지 용선료 협상을 마무리짓고, ‘조선 빅3’의 추가 자구계획을 유도하며, 한국은행과 협의해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추진한다는 것 등이다.

속전속결로 진행될 듯 보이던 기업 구조조정은 그러나 한 달째 제자리걸음이다. 정부에서조차 “스텝이 꼬이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당장 해운업 구조조정부터 엉키고 있다. 임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다음달 중순까지 현대상선 용선료 인하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외 선주사들에 보낸 ‘최후통첩’의 효과는 없었다. 이달 18일 마감 시한을 앞두고 산업은행이 주요 해외 선주사를 국내로 불러 진행한 협상은 성과 없이 끝났다.

결국 금융위원회는 20일 “물리적 시간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협상타결이 안 되면 법정관리행을 피할 수 없다’는 원칙을 다시 밝혔지만, 시장에선 ‘정부가 현대상선을 법정관리에 보낼 배짱이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해외 선주사들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한 것 같다는 얘기도 있다.

조선업 구조조정도 ‘난항’ 중이다. 정부는 채권은행을 통해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으로부터 추가 자구계획을 받았지만 ‘도대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정부가 조선 빅3의 동반 생산감축을 유도하려 한다는 얘기가 나온 뒤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에 대한 자본확충도 진전이 없다. 기재부·금융위·한은 등은 지난 4일에 이어 19일 두 차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었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6월 말까지 합의안을 도출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많다.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배는 산으로 갈 조짐이다. 23일 여야 3당은 경남 거제에서 대우조선해양 노조를 만났다. 정부부처 관계자는 “가뜩이나 이해관계자가 많아 속도가 더딘 판에 정치권, 노조까지 ‘사공’으로 나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금융부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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