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정 증권부 기자) 금융위원회가 23일부터 서울 종로구에 있는 정부종합청사에 새둥지를 틀게 됐습니다. 서울 시청 옆에 있는 프레스센터에 머물면서 내야했던 수십억원의 임대료를 아끼기 위해 인사처가 빠진 자리로 이전한 것인데요. 2008년 ‘금융감독기구의 설치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서초동 조달청 건물에서 금융위가 정식 출범한 이후 벌써 세번째 이사입니다.
정부청사 이전에 대해 금융위 내부에서는 반기는 목소리 보다는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고 하는데요. 우선 냉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 민간건물에 비해 열악한 시설탓이 크다고 합니다. 그 외에 금융위가 다른 부처에 비해 특히 애로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문제가 하나 더 있다고 합니다. 바로 비공식파견과 유관기관들과의 업무협력 문제 입니다.
지난해 말 금융위 직원은 266명 수준입니다. 많지 않은 인원으로 소관 법률만 총 40개에 달하는 금융시장과 금융산업 전반을 총괄하다 보니 항상 과도한 업무와 인원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주도적으로 했던 감독규정제정에 대한 권한까지 금융위로 옮겨가면서 업무강도는 더 세졌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금융투자협회 은행연합회 등 유관기관들로부터 상당한 인원을 파견(공식 및 비공식 파견)받거나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사안에 따라 시행령 초안까지 관련기관에서 미리 만드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금융위에게 관계기관과의 협업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만합니다.
민간건물에 있을 때는 유관기관들이 드나들거나 비공식파견이 금융위에 상주하며 근무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외부인사 출입에 대한 보안이 철저한 청사로 옮겨가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청사 출입을 위해서는 매번 방문증을 받아야 할 뿐 아니라, 금융위 직원이 1층으로 내려가서 일일이 관계자들을 데리고 올라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올해초 발생한 ‘공시생 사건’으로 청사 보완이 훨씬 더 강화돼기까지 했구요.
이번 금융위의 청사 이전으로 정부청사 주변 커피숍 매상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입니다. 사무관 당 하루에 약 3번의 관계기관 미팅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백건이 넘는 ‘티타임’이 주변 커피숍에서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좋든싫든 이제 금융위의 청사생활이 시작됩니다. ‘불편한’ 청사생활을 계기로 금융위가 법개정 이외의 업무에서는 권한을 줄이는 것도 고민해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끝) /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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