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병원 전성시대 (17)
한동선 이사장
의사 93명 중 정형외과 16명
장애진단서 떼러 온 환자, 수술 받고 완치해 퇴원도
[ 이지현 기자 ] 포항지역 5개 종합병원 중 꼴찌였다. 여러 과가 있었지만 환자들에게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진료과는 없었다. 1996년 포항기독병원 원장이 된 한동선 의료법인 한성재단 포항세명기독병원 이사장(사진)은 “전문 분야를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1950년 포항시 덕수동에 한 이사장의 부친인 고(故) 한영빈 박사가 문을 연 기독의원이 병원의 시작이었다. ‘아버지가 짓고 키워온 병원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마음이었다.
전국에 환자가 몰린다고 소문난 병원마다 찾아 고개를 숙이며 경영비법을 배웠다. 2002년에는 병원 근처에서 수지접합 수술로 이름을 알리고 있던 동네의원 원장에게 손잡자고 부탁했다. 류인혁 당시 세명정형외과의원 원장과 함께 병원 건너편에 세명재활의학병원을 열었다. 본원 이름도 세명기독병원으로 바꿨다. 한 해 예산의 30% 이상을 정형성형 분야에 투자했다. 특화할 수 없는 진료과는 과감히 문을 닫았다. 당장 환자를 포기하더라도 투자 여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응은 바로 나타났다. 세명재활의학병원 문을 연 지 1년 만에 환자가 몰렸다. 2005년 밖에 있던 병원을 안으로 들여왔다. 내부 공간을 5355㎡ 늘려 정형성형센터를 설치했다. 한 이사장은 “의료의 질을 높이겠다는 목표로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그는 “특성화한 전문분야에서 최고의 치료를 하고 학문적으로도 발전하는 병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세명기독병원은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1만1338건의 정형외과 수술을 한 관절전문병원이다. 경북 동해안권 최대 규모의 종합병원이기도 하다. 700병상 3만9669㎡ 규모 병원 중 350병상이 정형외과 병상이다. 의사 93명 중 정형외과 의사만 16명이다.
정형외과 장애진단서를 떼러 병원에 온 환자가 수술을 받고 장애등급이 필요없는 상태로 완치돼 돌아갔다. 다른 병원에서 실패한 인공관절 수술 환자가 재수술을 받고 걸어나간 일도 적지 않다. 수술 후 상처 소독만 담당하는 드레싱전문팀 간호사가 17명이나 된다. 문제 될 수 있는 상처는 미리 보고 처치를 요청해 수술 부작용이 적다. 지역에 입소문이 나면서 경주는 물론 대구, 부산에서도 환자가 찾는다.
의료 질을 위한 일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의사들이 국내외 학술대회에 가는 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병원 돈을 들여 해외 연수도 보낸다. 해외 학술지에 한 해 10개 이상의 논문을 발표할 정도로 연구활동도 많이 한다.
한 이사장은 “의사들이 오래 근무하는 비결”이라며 “믿고 찾아오는 환자에게 의사가 바뀌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해외여행도 보내준다. 한 주에 15명 한 팀이 해외를 나가다 보니 매일 직원 일부가 해외에 있을 정도다.
울릉도, 베트남 등에서 의료봉사도 많이 한다. 한 이사장은 “베트남 다낭 지역에 의료 봉사할 수 있는 병원을 짓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형성형센터의 성공 사례를 잇기 위해 심장센터, 소화기센터, 뇌신경센터도 차례로 문을 열었다.
포항=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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