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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건너가는 노동개혁…이기권 장관의 반성문] "더 욕먹을 각오로 아들·딸세대 일자리 파고들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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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권 장관의 노동행정 35년 '반성문'

"노동개혁 좀 더 일찍 했더라면 잠 못드는 청년 줄일 수 있었을 텐데…"
"똑같은 후회·반성 반복하는 것은 바보짓
아들·딸 일자리 늘리려면 주저없이 결단해야"



오는 19일 본회의를 끝으로 19대 국회가 문을 닫으면 노동개혁 입법은 일단 물 건너간다.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바꿔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고 추진한 개혁정책이 좌초하는 것이다. 지난 4·13 총선 이후 달라진 정치 지형을 고려하면 20대 국회에서도 노동개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1년10개월간 노동개혁의 ‘선봉’에 선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자기반성과 대(對)국민 호소를 3회에 걸쳐 싣는다.

사람들은 임종할 때 “껄껄껄” 하며 후회와 반성의 웃음을 짓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좀 더 참을 걸(껄), 좀 더 잘해줄 걸(껄), 좀 더 즐길 걸(껄)” 등이 많이 등장한다. ‘잘해줄 걸(껄)’이라는 말을 생각하다 보니 《더 나은 미래》를 쓴 프랑스의 세계적인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의 말이 떠오른다. 그는 삶의 진정한 의미를 “나에게 딸려 있지 않은 사람들, 특히 다음 세대가 행복해지는 데 도움이 되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늘 청년 일자리 문제로 고민하는 필자의 가슴에 크게 와 닿는 말이다. 올해로 필자가 노동행정에 입문한 지 35년이 됐다.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는 자부심도 있지만 돌이켜 보면 반성해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청년 취업난을 악화시킨 세 가지 요인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점이 그렇다.

필자는 1987년 ‘대한민국 노사관계의 메카’라 불리던 울산에서 지역노사관계담당 사무관으로 근무했다.

노동조합의 거리 집회를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노사 상생체제가 구축되기까지는 10여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기관장(노동부 울산지방노동사무소장, 현 울산지청장)으로 울산에서 근무했다. 그 이후에도 노사관계분야에 주로 몸담으면서 노사관계의 적나라한 모습을 누구보다 가까이, 그리고 오랫동안 볼 수 있었다.


우리 노사관계는 아직 성숙하지 못했다. 특히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은 여전히 자기 이익 중심의 강성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위법하고 불합리한 단체협약 실태에서 보듯이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 사례도 많다. 기업들은 쉬운 길을 택해 왔다. 소속 근로자를 최소화하고 급격히 다단계 하도급화를 선택했다.

그 여파는 엄청났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와 고용구조 악화, 현격한 임금격차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됐다. 청년들이 갈 만한 일자리를 부족하게 한 결과를 가져왔다. ‘좀 더 파고들어서’ 애절하게 肩?세대의 관점에서 접근했어야 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치권의 거센 압력을 받더라도, 여론의 지탄에 직면하더라도 근로자와 기업의 상생, 대기업 근로자와 중소기업·비정규직 근로자의 상생, 현재 일하는 근로자와 미래 근로자인 우리 아들·딸들의 상생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보다 일관성 있게 기본과 원칙이 정립되게 했어야 했다.

다음으로 청년일자리와 연관된 장기 인력수급 전망이 크게 틀린 점을 반성한다. 필자가 2006년 고용정책을 총괄하는 국장(고용정책심의관)으로 일할 때 향후 10년간의 인력수급 전망을 했다. 노동력 수요·공급의 장기 추세를 면밀히 분석해 미래 고용정책의 기초통계로 사용하는 인력수급 전망은 중요한 작업이다. 그간 산업의 인력수급 추세를 기본적으로 고려하면서 장래인구추계, 경제전망, 대학진학률, 산업별 제도변화, 기술발전 등 영향을 주는 다양한 변수를 검토해 전망한다.

당시엔 2015년 이후에는 청년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지금 청년고용 상황은 그때보다 훨씬 안 좋아졌다. 뒤돌아보니 저성장 기조와 기술발전 등 국제적 추세와 더불어 우리나라만이 안고 있는 노동시장의 잘못된 관행, 불확실성, 불공정성 탓에 괜찮은 일자리 증가가 더디게 된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연공급 임금체계, 근로시간 문제, 고용관계를 둘러싼 갈등이 장래의 우리 아들·딸들의 일자리를 줄어들게 하는 원인이 될 것이라는 점을 더 애절하게 간파하고 지적했더라면, 그래서 좀 더 일찍 노동개혁을 추진했더라면 일자리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청년들을 줄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2008년 근로기준국장으로 재직할 때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미래 노동시장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진보·보수를 망라해 국내 최고 노동전문가로 구성된 ‘근로기준 선진화 위원회’를 운영했다. 밤을 새워 토론하면서 임금, 근로시간, 근로계약 등 주요 쟁점별 검토를 거쳐 34개의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진보와 보수가 팽팽히 맞서니 합의가 쉽지 않았지만 아들·딸들의 일자리 증대라는 대의를 이룬다는 사명감으로 표결에 의해 완성했다. 그러나 노사단체와 정치권의 반대로 결국 입법을 못했다.

가장 이견이 적다고 하는 근로시간 문제도 입법에 실패했다. 그때 어떤 역경에도 불구하고 입법을 해냈더라면 통상임금 줄소송은 피했을 것이다.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법정근로시간 한도를 둘러싼 갈등의 큰 파고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근로시간의 탄력성과 유연성이 확보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여름 더위에 많은 고생을 해주신 전문가들께, 주말을 반납하고 묵묵히 작업을 준비해준 공무원들, 특히 갈등을 겪고 있는 현장의 노사에 송구한 마음이다. 이 문제가 우리 경제의 일자리 창출력을 약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어 청년들에게는 더욱 미안하다.

가장 바보 같은 사람은 같은 유형의 후회와 반성을 되풀이하는 자일 것이다. 10년 뒤 우리 후배들이 또다시 참담한 심경으로 후회하면서 반성문을 쓰게 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기가 우리 눈앞에 있다.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은 엄청날 것이다. 전문가들은 새로 생기는 ‘괜찮은 일자리’보다 사라지는 일자리가 많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금 부모세대는 정부 관계자든, 현장의 노사 대표든, 정치권 인사든 상관없이 우리 아들·딸 세대의 일자리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주저 없이 결정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10년 후쯤 후회와 반성의 ‘껄껄껄’ 너털웃음이 아니라 기쁨의 ‘껄껄껄’ 웃음을 노·사·정과 정치권이 함께 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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