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1위 제과업체와 합작법인 설립
[ 강영연 기자 ] 오리온이 인도네시아 1위 제과업체인 델피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현지 시장에 진출한다고 12일 발표했다. 델피는 현지에서 초콜릿, 음료, 아침대용식 등 400여개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전국 30만개 소매점에 납품하는 유통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합작비율은 50 대 50이다. 두 회사는 오는 7월 합작법인 ‘델피-오리온’(가칭)을 세울 예정이다. 초코파이, 카스타드 등 파이제품을 먼저 생산 판매하고, 스낵 비스킷류로 확대할 계획이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은 6년 전부터 인도네시아 진출을 준비했다. 담 회장은 2010년 신제품개발팀에 할랄인증 제품을 개발하라고 지시했다. 할랄인증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살 및 가공 처리된 식품과 가공품에 주어진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동남아시아에 사는 이슬람 신자는 약 3억명에 달한다.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85%가 이슬람 신자다. 이 시장을 뚫어야겠다는 게 담 회장의 생각이었다.
개발팀은 연구에 착수했다. 첫 번째 개발 제품은 중국 러시아 등 해외 시장 개척의 일등공신 역할을 한 초코파이로 정했다. 할랄인증 과정에서 초코파이에 들어있는 마시멜로가 문제가 됐다. 마시멜로에는 돼지고기에서 추출한 성분을 사용한다. 이슬람교에서는 돼지를 부정한 동물로 여겨 먹지 않는다. 대체 원료가 필요했다. 초코파이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고 식감도 유지되는 재료를 찾아야 했다. 재료의 안전성과 현지에서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는지도 중요했다.
6개월의 시행착오 끝에 돼지고기 대신 소고기에서 추출한 성분을 사용하기로 했다. 소고기도 할랄인증을 받은 제품만 사용한다. 베트남 초코파이 생산라인도 할랄인증을 받았다. 여기서 생산한 초코파이가 7월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정식으로 판매된다.
인도네시아 제과 시장은 동남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꼽힌다. 인구 2억5000만명 중 30대 이하가 절반을 넘는 젊은 나라다. 제과시장은 2010년 이후 연평균 4%씩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인도네시아 제과 시장 규모는 5조원에 달한다.
인도네시아는 까다로운 시장이기도 하다. 1만7000여개의 섬으로 이뤄졌고 내륙 운송망이 발달하지 않아 영업망 확대가 어렵다. 이 때문에 전체 제과 시장의 80%를 현지 업체들이 점유하고 있다. 펩시(콜라), 몬델레즈(제과) 등을 제외하면 해외 브랜드 제품이 거의 팔리지 않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지 1위 업체와 손잡은 것이다.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은 “오리온의 우수한 제품력과 인도네시아 시장 1위 델피의 유통·마케팅 경험이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지난해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해외에서 약 1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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