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측서 뇌물받은 혐의
내주 신현우 전 대표 재소환 방침
[ 박한신 기자 ] 검찰이 옥시레킷벤키저의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실험보고서 조작 의혹과 관련해 서울대 수의과대학 조모 교수를 4일 긴급체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이날 조 교수 연구실과 유모 호서대 교수 연구실, 두 교수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고 실험 일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개인 다이어리 등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조 교수는 뇌물 수수 혐의로 검찰에 긴급체포됐다. 조 교수는 옥시 측으로부터 연구 용역비 2억5000만원 외에 수천만원을 개인 계좌로 따로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옥시 측은 2011년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 미상 폐질환의 원인”이라는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 이를 반박하기 위해 이들 두 교수에게 관련 연구용역을 맡겼다. 이 과정에서 두 교수는 옥시 측의 요구에 따라 실험을 하고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보고서를 써준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두 교수가 옥시 측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실험 조건을 사전에 모의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 교수 외에도 조만간 유 교수와 연구실 관계자들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이들이 옥시 측에서 받은 돈의 대가성이 확인되면 국립대 교수로 공무원 신분인 조 교수는 뇌물수수, 사립대 소속인 유 교수는 배임수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옥시 관계자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옥시의 전·현직 광고 담당 직원들로부터 “신현우 전 대표가 살균제 광고 업무의 주요 과정을 보고받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대표가 제품 개발과 판매뿐 아니라 허위 광고에도 깊이 관여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옥시는 2000년 10월 PHMG 성분이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하면서 용기에 ‘살균 99.9% 아이에게도 안심’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등의 광고 문구를 넣었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주 초 신 전 대표를 재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이 신 전 대표를 당시 회사 경영상 최고 결정권자로 지목하고 있어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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