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투자 대가들의 경고
[ 로스앤젤레스=이심기 기자 ] 2일(현지시간)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 참석한 월가 투자대가들은 “중국은 미국이 저지른 실수를 똑같이 따라 하고 있다”며 중국의 자산가격 거품을 경고했다.
무함마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자문(사진)은 “10년 전 미국 정부가 중산층의 주택 소유를 과도하게 늘리는 정책을 쓴 후유증 탓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된 것처럼 중국 정부도 주식 투자를 권장하면서 거품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이유로 그는 “향후 중국 경제의 연착륙을 장담하기 어렵다”며 “거품붕괴 위험을 감안할 때 중국 내 자산이 아니라 성장률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폴 셰어드 맥그로힐파이낸셜 수석이코노미스트도 글로벌 경제의 시스템 리스크를 촉발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언급했다.
중국뿐만 아니라 신흥시장 전체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선진국 정부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따라 풀린 자금이 신흥국 위험자산에 투자되면서 신흥국 자산가격이 상승했지만 상황이 바뀌면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엘 에리언은 신흥국에 대한 투자자를 관광객에 비유했다. 그는 “이들은 잡지에 나와 있는 그럴듯한 휴양지를 보고 몰려가지만 조금이라도 불안한 징후가 나타나면 곧바로 빠져나온다”고 지적했다. 같은 이유에서 스티븐 타난바움 골든트리자산운용 창업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일부 신흥시장 자산을 처분했다고 공개했다.
아프자네 베시로스 록크리크그룹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도 “신흥국 자산가격의 변동성이 위험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떠안기보다 (안전한) 미국으로 돌아가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월가 투자대가들은 선진국과 신흥국이 맞물린 성장한계 상황도 지적했다. 선진국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수요 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이로 인해 선진국에 원자재를 공급하거나 제품을 수출해 경제 성장을 이루는 신흥국의 발전모델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제조업과 수출 위주에서 내수 중심으로 성장구조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중국은 험로가 예상된다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도 수십년간 이 같은 변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로스앤젤레스=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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