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쉽고 다루기 편한 '도심형 크로스오버' 하이브리드車
아이오닉보다 공간 활용 좋지만 운전 재미는 떨어져
[ 김정훈 기자 ] 기아자동차가 최근 출시한 '니로'는 국내외 자동차 업계 트렌드를 상당부분 반영하는 차다. 하이브리드 기술을 접목시켜 친환경을 고려하면서도 공간 활용이 좋은 CUV(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량) 유행에 맞췄다.
지난주 2박3일간 서울 도심에서 약 200㎞ 몰아보면서 이 차의 특징을 살펴봤다. 장거리 주행이 아닌 짧은 구간이었지만 새로운 장르를 체험하는 즐거움을 느꼈다.
니로는 분명 국산차 시장에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스타일의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나온 첫 모델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기아차는 '세상에 없던 SUV의 시작'이라는 광고 문구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4월부터 본격 판매를 시작한 니로에 대한 시장 반응이 괜찮은 모양이다. 형제 모델인 아이오닉 판매가 부진한 반면, 니로는 기아차 영업점에서 벌써 4000대 넘는 주문을 받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차를 직접 접해보니 소비자들은 아이오닉보단 니로에 더 관심을 가질 만하다. 비슷한 가격에 실내 공간을 더 넓게 활용할 수 있는 니로의 상품성이 시선을 끌기 때문.
경쟁 차종인 티볼리나 QM3를 압도하는 공간 활용성에 친환경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제품력이 강점이다. 물론 가격은 동급 대비 가장 비싸다. 버튼시동 스마트키와 내비게이션을 선택하면 2400만원대부터 시작인데 최고급형(노블레스)은 옵션 빼고 2712만원이다.
엔진 시동을 걸면 하이브리드차에 걸맞게 조용하다. 저속에서 32㎾h 모터로 구동을 하기 때문에 디젤 SUV와 달리 소음이 적다. 정숙한 도심형 SUV를 원하는 운전자에 제격일 것 같다.
주행 성능은 무난했다. 1580cc 가솔린 엔진과 6단 더블클러치 변속기(DCT)를 얹어 아이오닉과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쓴다. 다만 운전 재미는 아이오닉보다 떨어졌다. 차체가 약간 더 크고 무거운 탓인지, 시속 100㎞에서 160㎞까지 가속 반응이 느리다.
주행모드를 에코에서 스포츠로 바꾸면 아이오닉과 달리 계기판 변화가 없는 것도 약간은 아쉽다.
니로는 정통 SUV가 아니라 세단에 가까운 도심형 CUV로 봐야 한다. 도로 상태가 균일하지 못한 곳을 지나갈 땐 하체가 통통 튀는 느낌이 강하다. 비포장길을 자제하고 시내에서 주로 탄다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
시승은 성능 체험을 위해 간혹 스포츠 모드를 이용했다. 날씨가 살짝 더워 에어컨도 가동했다. 주행 평균연비는 L당 16.5~17㎞ 정도 나왔다. 공인 연비를 확인했더니 19.5㎞/L(16인치 휠 기준). 에코 모드로 얌전하게 탄다면 연료 효율은 좀더 높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트렁크는 그닥 넉넉하지 않다. 차체 길이는 스포티지보다 125㎜ 짧은데 휠베이스를 30㎜ 늘리고 실내 공간을 키운 까닭인지 적재공간 면적은 생각보다 좁았다.
지난 주말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기 위해 접이식 자전거를 싣고 이동했다. 뒷좌석 폴딩시트를 접지 않고서는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1.56㎾h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가 시트 아래로 내려가 2인 기준 야외활동을 떠날 땐 트렁크 공간을 넉넉하기 쓸 수 있다. 트렁크 바닥 덮개 아래 수납공간을 마련해 놓은 것은 깜짝 아이템이다.
가격은 적당히 매력 있다. 아이오닉과 가격 차이가 많지 않다. 도요타가 시장에 내놓은 라브4 하이브리드가 4000만원은 줘야 구매 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가격 경쟁력은 좋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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