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스·텃밭 서비스로 주고, 분양가 더 싸고, 아이들 맘껏 뛰고…
'힐스테이트세종 3차' 1층, 경쟁률 11 대 1…다른 층의 3배
한강신도시 반도유보라 저층, 78㎡ 집에 테라스 44㎡가 '덤'
[ 윤아영 기자 ] 기피 대상이던 아파트 1층이 변신하고 있다. 1층만의 장점을 살린 테라스 설계에다 기준층(로열층)에 비해 분양가를 크게 낮추는 가격 정책이 더해지면서 ‘신(新)로열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열악한 조망권과 생활소음의 약점을 특화설계와 낮은 분양가격으로 극복하기 위한 건설업체들의 고민 어린 판촉 전략이 배경에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테라스 더한 저층 가구의 변신
테라스 설계는 선호도가 떨어지는 저층 가구의 경쟁력을 높이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다. 저층에 텃밭·정원·바비큐장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테라스를 서비스 면적으로 제공하는 내용이다. 아파트에서 전원주택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점과 서비스 면적이라는 장점 때문에 실수요자들로부터 인기다.
리얼투데이가 금융감독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3년 4월부터 이달까지 3년간 테라스 설계로 공급된 아파트는 총 1118가구다. 여기에 1만1859명이 청약해 평균 경쟁률이 10.6 대 1에 달했다.
올해도 아파트 저층을 테라스로 꾸미는 단지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GS건설·포스코건설·현대건설이 경기 고양에서 이번주 분양한 ‘킨텍스 원시티’는 저층을 중심으로 전체 2208가구 중 7%가량의 아파트에 테라스 설계를 적용했다.
라온건설이 경기 남양주에서 분양 중인 ‘남양주 라온 프라이빗’은 전용면적 72㎡와 84㎡ 1층 가구 지하에 특화설계를 했다. 거실 옆 통로를 통해 지하로 내려갈 수 있는 구조다. 반도건설이 김포한강신도시에서 내주 분양하는 ‘한강신도시 반도유보라 6차’는 전용 78㎡ 저층 일부 가구에 최대 44㎡의 테라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연구소장은 “수요자들의 입맛에 맞는 설계와 가격 책정으로 아파트 저층이 로열층과는 또 다른 선호층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1층 청약 경쟁률이 더 높아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 14일 세종시 고운동 1-1생활권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세종3차’ 아파트의 대형 주택형인 전용 123㎡ 경쟁률은 11 대 1로, 단지 전체 평균 4 대 1보다 크게 높았다. 4가구에 불과하고 선호도가 떨어지는 1층에 배치했음에도 인기가 높았다. 1층 특화 설계를 도입한 것 이외에 분양가격을 기준층의 작은 주택형보다 싸게 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분양가격이 기준층(5층 이상)의 전용 100㎡보다 1000만원 가까이 저렴하다.
한화건설이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서 棘?중인 ‘광교 상현꿈에그린’은 1층의 전용 89㎡(4억6460만원)와 92㎡(4억6610만원) 분양가격이 기준층 84㎡ 분양가(4억7900만원)보다 싸다. 이런 가격 전략 덕분에 전용 89㎡와 92㎡는 84㎡와 달리 청약이 1순위에서 마감됐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저층과 기준층의 동일 주택형 분양가격이 2억원 이상 차이 나기도 한다. 개포주공 2단지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블레스티지’ 99B㎡ 분양가격은 저층이 13억7500만원, 기준층 최고가는 15억8900만원이다. 포스코건설이 경기 평택에서 분양한 ‘소사벌더샵’ 99㎡형 분양가격도 1억원 가까이 차이 난다.
아파트 동·호수 배정이 추첨으로 이뤄지다 보니 분양가격이 비슷할 경우 저층을 배정받은 청약자는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다. 우호재 포스코건설 마케팅그룹장은 “모든 청약자들이 납득할 수 있게 분양가를 산정하다 보니 분양가격이 세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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