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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잠수함 구애' 거절한 호주…그 뒤엔 중국의 입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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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44조원 잠수함 수주전 후폭풍

유력 후보로 꼽히던 일본, '중국통' 턴불 총리 취임 후 타격
중국 의식한 호주, 결국 프랑스 선택
미-일-호주 간 안보협력에 '찬물'



[ 도쿄=서정환 기자 ] 26일(현지시간) 호주 정부가 500억호주달러(약 44조원) 규모의 차세대 잠수함 12척 건조사업자로 프랑스 국영기업 DCNS를 선정한 뒤 후폭풍이 거세다. 일본, 독일, 프랑스가 수주경쟁을 벌인 끝에 프랑스가 사업권을 거머쥐었는데 일본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사업자 선정 결과를 둘러싸고 얽히고설킨 아시아태평양 지역 외교·군사·경제적 역학구도와 이해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日 “탈락이유 듣고 싶다”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은 사업자 결정 직후 “호주 정부에 최대한 협력해왔지만 매우 유감”이라며 “일본이 사업자로 선정되지 않은 이유를 듣고 (향후 수주에) 반영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주전에는 미쓰비시-가와사키중공업 컨소시엄이 참여했지만 쓴잔을 마셨다. 무기 수출을 허용하기 위해 2014년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을 전면 개정한 일본 정부는 첫 번째 대형 방산 수출건으로 호주의 차세대 잠수함 건조사업 수주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일본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미쓰비시-가와사키 컨소시엄이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호주 측 분위기가 180도 급변한 것은 지난해 9월부터였다. 토니 애벗 호주 총리가 물러나고 실용주의를 강조한 맬컴 턴불 총리가 집권하면서다. 그 틈새를 프랑스가 파고들었다. 호주에 잠수함 건조기술을 이전하고, 호주 내 건조로 2800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턴불 총리의 환심을 샀다.

○“중국 입김이 작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아사히신문 등 일부 언론은 이번 수주전에 중국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WSJ는 사설에서 “건조사업자 선택 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일본의 입찰 시도를 반대해온 중국”이라고 보도했다.

그럴 만한 근거가 없지는 않았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2월 호주 외교장관에게 “일본의 무기 수출 야심은 평화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호주로선 최대 무역상대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시각도 있다. 호주 정부 내에서는 “일본을 선택하면 중국과의 관계가 나빠질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턴불 총리를 ‘중국통’이라며 아예 친(親)중 인사로 표현했다.

○미국의 측면지원도 수포

요미우리신문은 호주의 이번 결정이 일본과 호주, 미·일·호주 간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안보협력 강화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당초 일본 정부는 잠수함 공동 개발로 미·일·호주 간 안보협력을 탄탄히 다지고, 해양 진출을 강화하는 중국을 견제한다는 포석이었다. 중국은 중동에서 남중국해에 이르는 해역에 거점 항구를 확보해 해상패권을 장악하려는 ‘진주목걸이’ 전략을 펼치고 있다.

호주 차세대 잠수함에는 미국 전투시스템과 어뢰가 적용될 예정이어서 미국이 물밑에서 일본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가 일본 잠수함 기술을 도입하면 미·일은 태평양과 인도양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중국 핵잠수함 동향을 파악하기가 쉬워진다.

턴불 총리는 “호주와 일본 간 특별한 관계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잘 이겨내고 다른 수단을 통해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일본을 달랬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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