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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선 경기부양 후 재정건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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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적 경기부양책 시급한 시점…한은 발권력 동원한 돈풀기는 부담
재정건전성 문제가 걸림돌이지만 확대재정정책 적극 검토해야"

이제민 < 연세대 명예교수·경제학 >



영국에서 발간되는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일부 선진국이 ‘헬리콥터 머니’를 거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살포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경기는 계속 부진한데 기존 양적 완화 정책이 별 효과가 없으니 그렇게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헬리콥터 머니 주장의 진의는 재정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용하라는 것이라고 한다. 정부가 국채를 중앙은행에 인수시켜서 조달한 자금을 지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상 교과서 논리다. 다만 정치 현실이 재정정책을 가로막고 있으니,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국민에게 나눠주는 식으로 우회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우회 전략이라는 점은 양적 완화 정책도 마찬가지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후 미국 중앙은행(Fed)이 정책금리를 제로(0)로 내리고도 채권을 계속 매입한 것은 정치 현실 때문에 재정정책을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Fed는 그렇게 해서 효과를 봤고 유럽도 蕙?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양적 완화로 산 자산이 부실화할 경우 결국 국민 부담인데, 그것이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논의는 한국과 무관하지 않다. 4·13 총선 때 새누리당은 양적 완화 정책을 공약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약한 ‘청년 수당’은 일종의 헬리콥터 머니라고 할 수 있다. 특정 집단에만 지급한다는 점에서 진짜는 아니지만 ‘겨냥 사격’을 한 헬리콥터 머니다. 정치 논리가 판치는 총선 공약을 지금 다시 생각할 가치가 있을까. 그러나 경기 부진 타개가 시급한 상황에서 그 ‘논리’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양적 완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근거는 2008년 위기 이후 정책금리를 내려도 시중금리에 미치는 효과가 미약하고, 금리 인하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효과도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주택담보채권이나 산업은행채권 같은 것을 사줘야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바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논리는 문제가 있다. 법을 고쳐야 한다는 부담이 있을 뿐 아니라, 이론적으로도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서 주택담보채권이나 산은채권을 사는 재정정책이 맞는 방법이다. 한은이 그 국채를 사는 것을 강제해서는 안 되고, 그로 인해 금리가 오르면 한은이 따라서 대응하면 된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재정정책에는 우선순위가 있어야 한다. 주택담보채권이나 산은채권을 사는 것이 얼마나 우선순위가 높은가. 이것은 청년 수당도 마찬가지다. 노후 사회간접자본 개·보수, 기초생활보장 확대 등과 비교해서도 그 우선순위가 높은가.

재정정책이 양적 완화나 헬리콥터 머니 같은 통화정책보다 나은 점은 국민 부담이 어떻게 귀착되는지 투명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재정정책을 쓸 여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을 그런 여유가 있는 대표적 나라로 꼽았다. IMF의 평가대로 한국이 상대적으로 재정정책을 쓸 여유가 있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물론 재정 건전성이 문제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총선 때 난무한 지역개발 공약 문제도 있다. 그런 점에서 총선 후 정부가 바로 재정 건전성을 강조한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경제 현실로 보아 단순히 건전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끝낼 일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2008년 위기 직후 미국 오바마 정부가 구상했던 재정정책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단기적으로 경기부양 정책을 펴면서 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두 갈래 전략이다. 야당의 결사 반대로 무산된 그 방안이 실현됐더라면 2008년 위기는 ‘대침체’로 나아가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의 정치적 현실은 미국에 비해 어떤가. 총선 후 정치구도는 더욱 복잡하게 됐지만, 그런 정도의 합의는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아니 경제 상황을 보면 반드시 그래야 할 것 같다.

이제민 < 연세대 명예교수·경제학 leejm@yonsei.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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