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심기 특파원) 유럽과 일본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확산되면서 미국 회사채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급기야 유럽중앙은행(ECB)까지 양적완화(채권매입프로그램) 대상에 미국 회사채를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최근 열린 통화정책회의서 양적완화 규모를 월 800억 유로로 종전보다 200억 유로 늘리기로 하면서 매입대상에 미국기업의 유럽 자회사가 발행한 유로화 채권(역양키본드)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경제전문매체인 CNBC는 “ECB가 사실상 미국서 양적완화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며 “미국 기업의 주주들이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CB 결정으로 미국 기업들이 유럽서 자금을 대거 조달해 투자보다는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주가를 올리는데 쓸 예정이어서 ECB가 회사채를 매입하면서 푼 돈이 결국엔 미국 기업의 주주 품으로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유로 채권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한 미국기업들은 GE와 AT&T, IBM, 코카콜라 등이며 하반기부터 적용되는 ECB 결정에 맞춰 투자등급을 갖춘 미국 기업들의 역양키본드 발행이 잇따를 전마이다. 이미 미국 기업이 지난해 발행한 유로화 회사채 물량은 660억 유로(736억달러)에 달한다.
ECB가 미국 기업까지 지원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더 이상 매입할 수 있는 국채가 바닥난 것이 첫째 이유로 분석된다. 유럽 주요국의 국채금리는 모두 마이너스까지 떨어졌다. 도이치은행 자료에 따르면 독일과 스위스의 국채금리는 10년물까지 모두 마이너스이며, 만기 1~2년짜리 단기물의 경우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스웨덴, 덴마크, 이탈리아, 스페인에 이르기까지 영국을 제외한 대부분 서유럽 국가의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다. 전 세계 마이너스 금리 국채발행 규모는 지난해 9000억달러에서 올해 8조달러로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미 미 회사채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러브 콜’을 받으며 미 국채 못지 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 회사채 발행 잔행 9.5조달러중 32%를 해외투자자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투자자는 3250억달러어치 미 회사채를 매입했고, 올해는 5000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투자등급 이상의 미 회사채 스프레드(가산금리)는 지난 2월 221%p에서 지난 21일 현재 1.56%p까지 줄어들면서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다.
ECB가 리버스양키본드를 사들이는 보이지 않는 이유중 하나가 유로화 가치의 하향안정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기업이 유럽서 리버스 양키본드를 발행해 조달한 유로화 자금을 미국으로 가져가기 위해서는 달러화로 바꿔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유로화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ECB의 결정이 유럽기업을 하여금 주주친화적 경영에 나서도록 자극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기업처럼 적극적으로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확대에 나서면서 주가를 높이도록 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소비심리를 되살려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를 얻겠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끝)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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