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개봉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 주연 크리스 에번스
[ 선한결 기자 ] “가족 같던 친구들은 서로 다투고, 선한 영웅은 이기적으로 돌변합니다. 기존 ‘캡틴 아메리카’ 연작과는 확 다를 겁니다.”
미국 배우 크리스 에번스(35)는 지난 22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컨벤션센터에서 할리우드 대작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를 이렇게 소개했다. 오는 27일 한국을 비롯 세계에서 개봉하는 이 작품은 ‘캡틴 아메리카’ 연작 세 번째 이야기다. ‘어벤져스’ 등 마블사 관련 영화 10여편과도 내용이 연결된다.
“이번 영화는 기존 영웅 영화 문법을 따라가지 않습니다. 선과 악의 대결을 그리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1편에는 세계 2차대전의 나치가, 2편엔 지구를 침공하는 외계종족이 등장했습니다. 모두 어느 쪽이 옳은 편인지가 분명했죠. 하지만 이번 영화의 주제는 가치관의 충돌입니다. 옳고 그름 대신 다양한 의견 차만 있는 상황이죠.”
영웅들끼리 내분의 발단은 ‘영웅 등록제’다. 전작에서 영웅들이 악당과 싸울 때 도시 파괴로 인해 민간인 사상자가 대거 발생한다. 이에 UN은 등록 시스템 ?마련해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이들을 관리하려 한다. 캡틴은 등록제에 반대하고, 아이언맨은 찬성한다. 이들을 필두로 어벤져스 팀의 편이 나뉜다.
“요즘 우리 사회의 정치 논쟁과도 비슷한 대목입니다. 모두가 자기 의견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갈등이 생겨요. 캡틴과 아이언맨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적 차원의 갈등이 아니에요. 가족같이 친밀한 이들이 서로 양보할 수 없는 가치 때문에 반목하게 된 거죠. 이런 요소가 극의 깊이를 더해줍니다.”
이타적이고 순종적이던 캡틴은 자신의 가치관을 지키기 위해 돌변한다. 정부 조치에 반발하면서 옛 친구 ‘윈터솔저’ 버키를 보호하기 위해 어벤져스 팀을 등진다.
“캡틴은 역대 최고로 이기적인 면모를 보입니다. 처음으로 공공의 선(善) 대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기준으로 선택하죠. 캡틴에게 버키는 단 하나 남은 과거 삶의 조각입니다. 성장기를 함께한 친구이고, 예전에 그를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도 있죠. 과거의 가족인 버키와 현재의 새 가족인 어벤져스 팀 사이에서 갈등할 수밖에요.”
영웅 영화 시장은 포화 상태다. 마블 연작에서만 영웅 수십명이 등장한다. 새롭고 깊이 있는 인물 조명이 필수인 이유다. 에번스는 “연작 덕분에 캡틴의 다면적인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극중 ‘팀 캡틴’과 ‘팀 아이언맨’의 갈등은 혈투로 번진다. 만약 이 전투가 실제로 일어난다면 어느 쪽이 이길까.
“캡틴 쪽이 이길 겁니다. 염력을 가진 ‘스칼렛 위치’가 팀에 합류했으니까요. 아이언맨과 함께하는 안드로이드 ‘비전’이 위협적이긴 하지만, 스칼렛 위치에게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있으니 싸움에 전력을 다할 것 같지는 않아요.”
싱가포르=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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