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출전 3개 대회 모두 제패
통산 5승…상금랭킹 1위 굳혀
장타 효과 '톡톡'
드라이버 비거리 250~260m
파5홀서만 사흘간 9타 줄여
[ 이관우 기자 ]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살얼음 승부였다. 결과는 ‘3전3승’.‘남달라’ 박성현(23·넵스)의 기세가 무섭다. 올 시즌 출전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3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승률 100%다.
◆6개 대회 중 절반 ‘독식’
박성현은 24일 경남 김해시 가야CC(파72·6856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넥센·세인트나인마스터즈 최종일 3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2개, 보기 4개를 묶어 이븐파를 쳤다. 최종합계 8언더파 208타를 친 박성현은 2위 그룹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시즌 3승째이자 통산 5승이다. 박성현은 앞서 현대차중국오픈과 삼천리투게더오픈을 모두 제패했다. 이번 우승으로 올 시즌 열린 6개 대회 중 절반이 박성현 차지가 됐다. 상금 1억원을 추가한 박성현은 총상금을 3억8952만5000원으로 늘려 상금랭킹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안갯속 승부 눼? 이날 단독 선두로 티오프한 박성현이 파 행진을 계속하는 사이 김민선(21·CJ오쇼핑)과 이정은(27·교촌F&B), 김해림(27·롯데) 등 2위권의 추격이 매서웠다. 박성현은 드라이버샷은 시원하게 멀리 쳤다. 하지만 전날 코스레코드(8언더파) 기록 작성에 결정적 기여를 한 퍼팅이 생각만큼 잘 따라주지 않았다.
5번홀까지 아슬아슬한 1타 차 단독 선두를 유지하던 박성현은 6번홀(파3)에서 2m 정도의 짧은 파 퍼팅을 놓치며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첫 번째 위기. 분위기가 바뀐 건 9번홀(파5)에서다. 세 번째 샷이 농구의 ‘덩크슛’처럼 그대로 홀컵으로 꽂힌 것. 이 환상적인 샷 이글에 힘입어 순식간에 2타 차 단독 선두로 줄달음쳤다. 장타 경쟁을 벌이던 김민선과 이정은이 좀체 타수를 줄이지 못하며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공동 6위로 출발한 조정민(22·문영그룹)이 9~11번홀 세 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1타 차까지 추격해왔다.
하지만 박성현은 10번홀(파5)에 이어 코스 중 가장 어려운 14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잡아내 타수 차를 다시 벌렸다. 박성현을 거의 유일하게 견제하던 조정민은 15번홀 짧은 파 퍼팅을 넣지 못하면서 추격의 동력을 잃었다.
그대로 승부에 쐐기를 박을 듯하던 박성현에게 마지막 위기가 찾아온 건 17번홀(파3)에서다. 티샷이 그린 오른쪽 해저드로 들어가버렸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돌발 위기에서 그를 구원해준 건 겨우내 연습한 어프로치샷이었다. 박성현은 “길게 잡던 그립을 짧게 잡고 어프로치 웨지샷 연습을 많이 했다. 정확성이 높아져 어프로치에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장(最長)코스 장타로 ‘완 ?정복’
이번 대회는 ‘장타자가 득세할 것’이란 예상이 그대로 들어맞았다. 전장이 국내 KLPGA 대회 사상 가장 길었기 때문이다. 박성현은 파5에서 사흘 동안 9타를 줄일 만큼 장타 효과를 톡톡히 봤다. 8번홀에서 측정한 헤드스피드가 초속 67m가 나와 챔피언조에서 장타 경쟁을 벌인 김민선(66m)과 이정은(64m)을 앞지르기도 했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250~260m를 오갔다.
1년여 만에 통산 3승을 기대하던 김민선은 마지막 18번홀 버디 퍼팅을 놓치면서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갈 기회를 날렸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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