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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 KOREA] "지식은 공유할 때 가치 빛나…대학, 기업과 지식공동창출 더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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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FGRU(세계연구대학 총장회의)
한국·핀란드·터키 여성 과학기술 리더 좌담회

발명은 혁신의 작은 시작일 뿐
공유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어
교육기관·연구기관 경계 없애야



[ 박근태 / 유하늘 기자 ]
“지식은 공유해야 가치가 더 커집니다. 대학이 사회, 기업과 함께 지식을 창출하는 기회를 늘려야 합니다. 세계가 당면한 문제들은 한 분야 전문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11~13일 서울에서 열린 ‘2016 세계연구대학 총장회의’ 참석차 방한한 툴라 테에리 핀란드 알토대 총장은 “대학은 기술과 지식을 이전하는 낡은 틀에서 벗어나 과학자와 기업이 서로 배우며 지식을 공동 창출(co-creation)하는 새로운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를 후원한 한국경제신문사는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테에리 총장과 시린 테키나이 터키 으시크대 총장,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차기 회장 등 여성 과학기술 리더들을 초청해 좌담회를 열었다. 이들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대학이 지식을 공동 창출, 공유하는 장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사회는 김 차기 회장이 맡았다.

▷김명자 차기 회장=제4차 산업혁명이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생산 방식도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될 텐데, 어떻게 전망하나.

▷툴라 테에리 총장=핀란드는 제조업과 산림업이 중점 산업이었다. 대표 기업인 노키아가 애플과의 경쟁에서 잠시 뒤처졌지만 텔레콤산업도 한때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이런 기존 산업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어떤 신산업이 등장할지 핀란드 내에서도 논의가 활발하다.

▷시린 테키나이 총장=터키도 같은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삶에 미칠 영향이나 실생활에서 어떻게 응용될지 아직 모르는 내용이 많다. 이 시대엔 누구나 지식과 기술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여성의 사회 참여를 어떻게 더 늘릴지도 논의 대상이다.

▷김 차기 회장=바둑 고수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의 대결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대결하는 변화에 맞춰 대학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테에리 총장=젊은 세대는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를 다뤄왔고 디지털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고 있다. 대학은 학생이 아이디어를 어떻게 실현할지 조언해주고 스스로 경험해볼 기회를 주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핀란드에선 기업이 대학과 적극 소통하고 싶어한다. 기업과 연구소에서 전문가가 나와 대학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공동 강의를 하기도 한다.

▷테키나이 총장=산업혁명처럼 대학도 세대로 구분한다. 한스 비세마 네덜란드 델프트공과대 교수는 2009년 《제3세대 대학을 향하여》라는 책을 썼다. 3세대 대학은 세계적 수준을 지향하는 대학이다. 단순히 연구하고 논문을 발표하는 데서 멈춰서는 안 된다. 기술뿐 아니라 지식 이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려면 융합적 사고와 연구, 교육이 필요하다. 연구기관과 교육기관으로 구분하는 경계가 사라져야 한다.

▷김 차기 회장=지식과 기술 이전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한다. 어떻게 하면 지구촌의 더 많은 나라가 기술 이전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까.

▷테키나이 총장=저작권 이용 조건을 지키면서 자유롭게 이용하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라이선스(CCL)는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이제 전 세계가 활용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각국 정부가 도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는 저작권자가 직접 본인 창작물에 저작권을 7단계로 분류하고 더 많이 공유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테에리 총장=사람들은 본인의 창작물을 공유하는 데 불안을 느끼기 마련이다. 대학에서는 이런 사고방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발명은 혁신의 작은 시작일 뿐이고 공유하지 않으면 누구도 발전하지 못한다는 점을 인식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알토대는 개발도상국에서 신기술이 산업으로 어떻게 발전하는지 분석하는 ‘뉴글로벌(New Global)’이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지식재산권은 지식이 실제로 활용됐을 때만 유용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김 차기 회장=올해 세계경제포럼(WEF)에서 5년간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세계 각국이 높은 실업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앞으로 학생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

▷테에리 총장=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가르쳐야 한다. 직업을 가진 사람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평생 한 가지 직업을 갖는 게 아니라 직장을 여러 번 바꾸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테키나이 총장=이제는 3차원(3D) 프린터로 어디서나 제품을 제조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여성이 누군가에게 아이를 맡기거나 집을 떠나지 않고도 일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중요한 건 창의성과 혁신 능력이다. 각 분야를 융합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김 차기 회장=우리 모두 여자의 사회 진출, 특히 이공계 분야 진출이 적은 세대에 살았다. 여성에게 힘을 실어줄 기업가 정신, 리더십도 필요한 것 같다.

▷테에리 총장=지금도 핀란드에서는 대다수 엔지니어가 남성이다. 수학을 잘하는 여학생이 많지만 사람들 인식이 아직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녀평등에는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다. 문화적 인식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테키나이 총장=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속도가 느린 게 단점이다. 터키에선 팹랩(Fab-Lab·제작실험실)이 늘어나면서 평생 일하지 않던 여성들이 일하고 경제 활동을 하게 됐다. 이런 변화는 고무적이다.

■ 여성 과학기술 리더 3인

툴라 테에리 핀란드 알토대 총장

1987년 핀란드 헬싱키대에서 분자유전학 박사학위를 받고 스웨덴 스톡홀름 왕립기술연구소에서 근무했다. 2004년 스웨덴 과학한림원 회원에 선출됐다. 임업과 생체모방 분야에서 최고 권위자다. 2009년 5년 임기의 알토대 총장에 처음 선출된 뒤 2014년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시린 테키나이 터키 으시크대 총장

1994년 미국 조지메이슨대에서 전자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뉴저지공과대 교수를 거쳐 터키로 귀국해 이스탄불의 오즈에진대 설립 부총장을 지냈다. 이후 이스탄불의 카디르하스대 공학자연과학대학장을 거쳐 으시크대 총장을 맡고 있다. 2013년부터 터키 최초의 팹랩 대표를 맡고 있다.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차기회장

1967년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1971년 미국 버지니아대에서 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숙명여대 화학과 교수를 비롯해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 환경부 장관을 지냈다. 제17대 국회의원과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을 거쳐 그린코리아21포럼 이사장을 맡고 있다.

박근태/유하늘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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