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기업여건과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배당확대를 압박하고 있다니 걱정스럽다. 한경이 국민연금의 올해 의결권 행사를 전수조사한 결과 배당성향을 2배로 높인 기업에 대해 ‘과소배당’이라며 반대표를 던지고, 3배로 올린 회사 주총에서도 지난해 ‘찬성’ 표결을 올해는 ‘반대’로 뒤집는 사례들이 드러났다.
겨우 5명의 운용역이 한 달 만에 575개에 달하는 상장사의 배당 찬반여부를 결정하다 보니 그랬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연금은 반대 결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뒤, 해당 기업이 가이드라인을 문의해도 ‘밝힐 수 없다’며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했다고 한다. 국민연금의 이 같은 ‘갑질’은 점점 심해지는 추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관투자가들의 적극적인 경영감시를 주문하는 소위 ‘스튜어드십 코드’가 부상 중인 분위기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논쟁과 별개로 국면연금은, 수많은 기관투자가 중 하나일 뿐인 그런 일개 기관투자가가 아니라는 점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어떤 기관투자가도 보통 ‘가격의 수용자’로서 자본시장의 한 참여자일 뿐이지만 국민연금은 완전히 다르다. ‘연못 속 고래’라는 거대한 규모도 물론이거니와 국민연금이라는 기금의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기업계와 증권시장에서 절대적 권력 그 자체다.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가 79곳, 5% 이상 보유한 회사는 270곳에 달하고 있는 정도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마땅히 ‘섀도 보팅’이 돼야 한다. 이는 여타 주주들의 찬반 비율대로 지분을 배분해 정족수 미달로 주총이 무산되지 않도록 하는 중립적 의결권 행사방식이다. 경영 개입의 필요성과 긴급성이 인정될 때도 최소한에 머물러야 한다. 배당은 기업의 고유한 재무적 의사결정이며, 적정 배당률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다. 회사마다 수익구조가 다른 것처럼 배당정책도 다른 게 정상이다. 배당은 미래 현금흐름을 악화시킨다는 면에서 장기적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 연금의 시간선호와도 맞지 않는다. 오로지 수익률을 높여 단기 성과급을 노린 연금 펀드매니저들의 사적 동기 때문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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