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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팀 리포트] '눈물의 해체' 2년…해경, 수사·구조 '양 날개' 다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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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이 배에 타려는 밀입국 일당을 잡았다
돌아온 건 경찰청의 항의 전화 "육지는 우리 소관인데 왜 나섰냐"

수사·정보활동 권한 남았지만 '해상서 일어난 사건'에만 한정
현장구조 인력 충원도 지지부진…자격증 보유 인원은 오히려 줄어
범죄수사·구조 역량 함께 '후퇴'…예산·운영 독립 요구 목소리도



[ 마지혜 기자 ]
지난해 7월 제주해양경비안전서 소속 해양경찰관들은 여행을 명목으로 제주에 무비자로 들어온 중국인 15명이 화물용 컨테이너 안에 숨어 목포로 밀입국하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해경은 크레인이 해당 컨테이너를 배로 실어올리기 직전 현장을 덮쳐 밀입국 시도 일당을 붙잡았다.

하지만 곧바로 제주지방경찰청의 항의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뭍에 있던 컨테이너가 배에 실려 바다로 넘어가면 해경 영역이지만 육지에 있을 때까진 육경(陸警) 소관인데 왜 해경이 나섰느냐”는 것이다. 해경 관계자는 “밀입국 시도를 뻔히 알면서도 컨테이너가 배에 실릴 때까지 기다렸다 잡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경찰과 해경 사이엔 이 같은 업무영역을 둘러싼 촌극이 종종 벌어진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5월 세월호 사고에 대한 부실대응 책임을 물어 해양경찰청을 해체한 이후 나타난 일이다. 박 대통령은 당시 “해경이 구조·구난 업무는 등한시하고 수사와 외형적 성장에 집중해왔다”고 질타했다. 세월호 사태 2주기(4월16일)를 맞는 지금, 해경 안팎에선 해양범죄 수사·정보활동 역량과 해양사고 구조·구난 역량이 함께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꼬여버린 해양 수사·정보 활동

박 대통령이 ‘해경 해체’를 선언한 지 6개월 만에 해양경찰청은 문을 닫았다. 대신 국민안전처 소속 ‘해양경비안전본부(해경본부)’라는 조직이 신설됐다. 기존 해경의 수사·정보 기능은 경찰청으로 이관하고, 해경본부는 구조·구난과 경비 기능을 맡게 했다.

바다 경험이 없는 육경이 해경이 맡던 수사·정보기능을 온전히 담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면서 해경은 수사·정보활동 권한 일부를 넘겨받았다. 하지만 ‘해상에서 발생한 사건에 한정한다’고 못박았다. 과거 해경은 ‘해상에서 기인한 사건’ 전반을 손댈 수 있어 바다에서 시작된 사건이 육지로 넘어오더라도 계속 수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조직 개편 뒤엔 원칙상 사건의 배경이 바다에서 뭍으로 넘어오는 순간 힘을 잃게 됐다.

육경과 해경 모두 해양 관련 수사·정보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1월 각 지방경찰청에 ‘해양범죄수사계’를 신설하고 해경 출신 수사관과 자체 보유 수사인력 등 총 200여명의 수사관을 배치했다. 국민안전처 산하 동해·서해·중부·남해·제주 등 5개 해경본부에 속한 17개 해양경비안전서(옛 해양경찰서)의 ‘해양수사정보과’에선 총 300여명이 일하고 있다. 사건 발생 공간이 ‘뭍’이냐 ‘바다’냐의 인위적인 구분에 따라 일을 분담하는 데 따른 비효율이 상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전히 미흡한 구조·구난 역량

해경 해체의 목적인 해양사고 구조·구난 역량도 나아지지 않았다. 안전처는 ‘사고 현장 1시간 내 도착’을 목표로 2014년 11월 남해에 중앙해양특수구조단을 신설했지만 곳곳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9월 낚시어선인 돌고래호가 제주 추자도에서 전복됐을 때는 사건 발생 10시간이 지난 뒤 현장에 도착했다. 이 사고로 15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됐다. 구조 전문가들은 “기상 악화로 헬기를 제때 띄우지 못했다고 하지만 애초에 통제 불가능한 자연환경을 탓하는 게 무슨 의미냐”고 비판했다.

구조 인력의 역량도 후퇴하고 있다. 안전처에 따르면 전국 17개 해양경비안전서에서 구조 업무를 담당하는 해양안전센터 인원 1975명 중 인명구조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은 지난 3월 기준 53%(1050명)에 그쳤다. 2015년(67%)보다도 낮아졌다. 초동대응 인원 역시 안전센터별 평균 0.88명(3교대 기준)으로 1명조차 되지 않았다.

지난 2월 안전처에 대한 민간 자문평가단의 업무평가 결과를 보면 ‘해경 현장대응 능력 및 인프라 확충’ 과제는 우수-정상-미흡 3개 등급 중 ‘정상’ 등급을 받는 데 그쳤다. 소방대응 인프라와 현장대응 능력 강화 등 해경 관련 과제 외의 상당수 과제가 ‘우수’ 등급을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이은방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과 교수는 “특수성이 강한 해양 안전 관련 업무가 일반 행정공무원이 다수인 안전처에 편입돼 있다 보니 육상 안전 분야의 과제에 비해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며 “안전처 회의에 자문을 가보면 안건 10건 중 해양 관련 안건이 1건도 없을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조직상 해경을 어디에 놓을지는 논의가 필요하지만 해경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선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같이 인사와 예산, 운영 등의 독립성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경 해체에 대한 자성론도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에서 드러난 해양사고 대응체계 부실 문제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며 “해경이 무능력을 드러낸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역량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도 전에 징벌적인 맥락에서 ‘해경 해체’가 이뤄져 아쉽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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