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우 회장의 신한금융號 5년 성과
'하나의 신한'문화 정착
2011년 취임후 '신한 사태' 수습…서민금융 전담 콜센터 등 운영
건전한 경영승계 시스템도 마련
2년 연속 순이익 2조원대
은행-非은행부문 이익 균형…저금리 상황에도 실적 '쑥쑥'
고액거래 고객 계속 늘어
[ 김은정 기자 ]
“마무리가 잘못되면 지난 5년이 다 잘못된다. 좋은 마무리를 향해 달리고 있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사진)은 지난달 신한금융 주주총회를 마치고 임기 마지막 해를 맞은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신한금융 회장과 사장, 신한은행장이 대립한 ‘신한사태’ 수습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2011년 3월 취임한 한 회장은 내년 주주총회에서 차기 신한금융 회장을 확정한 뒤 물러난다. 한 회장은 취임 후 ‘하나의 신한’이라는 문화를 정착시켰다. 또 5년 연속 순이익 1위 금융그룹이라는 타이틀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뿌리내린 ‘따뜻한 금융’ 철학
신한사태 직후 취임한 한 회장에게는 조직 안정과 시장의 신뢰 회복이 최우선 과제였다. 그는 조직을 빠르게 추스르기 위해선 신한금융 전 임직원이 공유할 가치를 수립해 잃어버린 신한금융의 혼(魂)을 되찾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창립 이후 신한금융을 이끌어온 가치와 현 시점에 맞는 금융그룹의 역할을 원점에서 고민했다.
그가 찾은 결론은 ‘수익 창출만이 아니라 금융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었다. 이런 한 회장의 철학은 ‘따뜻한 금융’이라는 모토로 집약됐다. 한 회장은 신한금융 임직원에게 줄곧 “과거와 달리 경기순환 주기가 빨라진 데다 기업들의 부침이 심해져 금융그룹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선 소비자와 사회의 신뢰가 탄탄하게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회사가 본업인 금융을 통해 소비자 및 사회와 유대를 형성해놓지 않으면 성장은 물론 생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따뜻한 금융이라는 경영 철학은 소비자의 성공과 공동체 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겠다는 뜻에서 탄생했다. 한 회장은 따뜻한 금융을 실천하기 위해 취임 직후부터 각 계열사가 판매하는 상품과 서비스가 소비자 이익에 부합하는지 점검했다. 서민금융 상담을 위한 전담 콜센터를 세우고, 월세 대출 상품과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를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 안정되고 시스템화된 지배구조
한 회장이 취임과 동시에 또 하나 강조한 것은 건전한 경영 승계 문화다. 한 회장은 이사회 산하에 회장후보추천위원회부터 신설했다. 위원회에서는 신한금융의 지배구조와 경영 승계 계획 승인, 회장 후보 추천과 육성 등을 맡는다. 장기 집권의 부작 育?예방하기 위해 회장의 신규 선임 연령은 만 67세, 연임 때 재임 기한은 만 70세로 제한했다.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이 투명하고 체계적인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을 구축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신한금융은 지난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선정한 기업지배구조 우수기업으로 뽑혔다.
한 회장은 신한금융 회의체인 그룹경영회의도 출범시켰다. 그룹경영회의는 매월 두 차례 열린다. 은행, 카드, 금융투자, 생명, 자산운용 등 그룹 주요 계열사 CEO와 지주사 임원이 신한금융의 크고작은 이슈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다. 그룹 차원의 전략 실행을 위한 계열사 간 협조, 이해 조정 등이 다뤄진다. 신한금융의 다원화와 대형화에 부응하기 위해 시작된 그룹경영회의를 통해 과거 회장에게 집중된 권한이 분산되고, 의사결정 과정에 집단 지성이 효과적으로 발휘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 8년 연속 순이익 1위
신한금융은 지난해 2조3672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전년(2조811억원)보다 14% 증가했다. 2년 연속 2조원대 순이익이다. 신한금융은 2008년 이후 8년 연속 국내 금융그룹 순이익 1위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던 2009년을 제외하면 2006년 이후 9년 연속 상반기 순이익 1조원도 달성했다.
금융권에서는 저금리·저성장 국면에 진입하면서 2011년을 정점으로 다른 금융회사의 이익은 감소세가 본격화하고 있지만 신한금융만 예외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1%포인트가량 떨어지면서 신한금융의 순이자마진(NIM)도 계속 하락했다. 하지만 신한금융의 경상이익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은행과 비(非)은행 계열사 간 상호 보완적인 이익 기여를 통해 유기적인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 덕분”이라며 “안정적으로 마진을 유지하면서 비용까지 절감해 모든 부문에서 고르게 실적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의 대손비용률은 2년 연속 역대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신한금융의 대손비용률은 43bp(1bp=0.01%포인트)로 과거 5년 평균치인 58bp 대비 15bp 떨어졌다. 대규모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적정한 대출 성장 전략을 세우고 자산건전성을 유지해 미리 위험 관리를 한 결과다.
◆ 기업금융·자산관리부문 강화
한 회장은 금융을 둘러싼 국내외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 기존 성장 방식에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른 금융그룹과 차별화된 계열사 간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2012년 1월 신한금융 차원의 기업투자금융(CIB)과 자산관리(WM) 사업부문을 출범시켰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다양해지는 소비자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신한금융의 분산된 유·무형 자원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4년이 지난 지금 이들 사업부문은 신한금융의 새로운 성장동력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사업부문 제도는 한 회장이 국내 금융권에서 최초로 시도했다. 같은 사업부문을 갖고 있는 은행 증권 등 각 계열사를 하나로 묶어 신한금융 차원에서 움직이는 것이다. CIB 사업부문은 은행과 증권회사에 나뉘어 있던 관리 기업을 하나로 통합해 기업의 직접 및 간접금융 수요를 한번에 충족할 수 있도록 했다. 은행과 증 픽말瑛?RM(relationship manager:대고객 영업·상담 직원)이 협업할 수 있는 ‘듀오-RM(duo-RM)’ 체계도 도입했다.
WM 사업부문에서는 은행과 증권회사의 자산관리 전문 직원들이 한 공간에서 근무하면서 기업 경영자나 초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가업승계와 재산상속, 증여 등 종합자산관리 업무를 하고 있다. 출범 초기만 해도 금융권에서는 단순히 은행과 증권회사 인력이 함께 근무하는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4년여가 흐른 지금 신한금융은 글로벌 금융전문 잡지인 영국 더뱅커에서 선정한 한국 최우수 프라이빗뱅커(PB)에 오르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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