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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판이 바뀐다(下)]'사면초가' 중소형 증권사들, 메리츠의 新모델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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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30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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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증권시장이 올해 개장 60주년을 맞았다. 도광양회(韜光養晦). 국내 금융사들이 60년간 힘을 기르고 때를 기다려온 것일까. 글로벌 저성장으로 힘이 빠진 산업자본(제조업)을 대신해 금융자본(금융업)이 여의도의 판을 뒤엎고 있다. 모(母)기업이 제조업이던 국내 자본시장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한경닷컴]은 산업자본의 몰락과 금융자본의 급부상을 조명하고 앞으로 국내 자본시장의 판도 변화를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 채선희·박상재 기자 ]

    대형 IB(투자은행) 바람, 수익성 악화 등으로 사면초가에 빠진 중소형 증권사들이 미래 먹거리 찾기에 분주하다. 중소기업(中企) 특화 증권사와 같은 새로운 수익모델을 확보하거나 인사·성과 시스템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성장에 가속 패달을 밟는 중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금융자본으로 출발한 메리츠종금증권의 성장 모델이 주목을 받고 있다.

    ◆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中企특화 증권사'…금융위 6곳 발표

    15일 금융위원회는 중소기업(이하 중기) 특화 증권사로 IBK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KB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6곳을 최종 선정했다. 다만 KB투자증권은 현대증권과 합병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받는 경우 자격이 상실된다.

    금융위는 양사가 1년 이내 합병할 경우 다음으로 가장 높은 평가점수를 받은 KTB투자증권을 추가 지정하고, 합병 기간이 1년을 넘을 경우엔 신규 신청공고 및 재평가를 실시해 추가 지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골든브릿지, 동부, 유안타, 유진, 코리아에셋, 키움, IBK, KB, KTB, SK증권 등 13곳의 중소형 증권사가 이번에 중기특화 명찰을 차기 위해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

    중소형 증권사들이 중기특화 선정에 사활을 건 이유는 특화 업무에 대한 라이센스를 부여 받기 위해서다.

    인구고령화,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고착화 되는 가운데 국내 위탁 매매시장은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 더욱이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인수합병(M&A)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의 수익성 악화 및 성장성 둔화는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덩치를 키울 뾰족한 방법이 없는 중소형 증권사들은 정부의 혜택과 신성장 동력 기반을 갖출 수 있는 특화 증권사 라이센스 확보가 절실하다. 중기특화 증권사로 선정되면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새로운 영업기회가 생기고 성장사다리펀드, 증권금융 등을 통한 자금지원도 받을 수 있게 된다.

    중기특화 증권사로 선정된 한 증권사 관계자는 "특화 증권사라는 상징적인 명찰과 함께 증권담보 대출 우대금리 등에서 수혜가 예상되는 점이 기대된다"며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기특화 증권사 제도는 중소기업과의 상생은 물론 미래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순환구조를 확립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기특화 증권사로 선정된 6곳은 앞으로 코스닥·코넥스 기업공개(IPO) 주관, 크라우드 펀딩, 벤처캐피털(VC)이 보유한 주식 중개 또는 직접투자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

    ◆ 메리츠종금증권, 중소형 증권사의 새로운 특화 모델을 내놓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중소형 증권사들이 성장 정체 위기에 빠진 것은 아니다. 금융자본으로 출발한 메리츠종금증권의 성장 특화 모델이 단연 돋보이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역발상 전략과 철저한 성과주의, 파격적 승진 시스템 등을 도입해 업계의 인재들을 끌어 모으고 실적을 통해 그 효과를 증명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많은 증권사들이 금융위기를 거치며 수익성이 악화된 리테일 부문을 축소한 데 반해 메리츠종금증권은 영업직군제를 도입, 영업망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재정비했다. 전국에 흩어진 지점을 합쳐 크기를 키우고 거점 점포 중심 전략으로 변화했다.

    그 결과 7년간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리테일 부문은 2014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파격적인 인센티브도 도입했다. 현재 메리츠종금증권 직원의 70% 이상이 정규직이 아닌 연봉계약직이다. 연봉계약직은 기본 고정급이 150만원 수준이지만 자신이 불린 금액의 50%를 제한없이 가져갈 수 있다. 일부 정규직 직원들도 자신이 불린 금액의 30% 가량을 인센티브로 가져갈 수 있다.

    유연한 조직 문화도 한 몫 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개인 사무실은 직급이 아닌 성과에 따라 그 크기가 정해진다. 또 고위 직원이 사장에게 보고하던 체계를 이메일(e-mail) 등으로 최소화하고 6시 정시 퇴근도 장려하고 있다.

    자기자본 기준으로 업계 8위에 불과한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업계 최상위권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파격적인 실험들이 가파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메리츠증권은 2010년 기준 국내 60개 증권사 가운데 연간 당기순이익 규모가 30위(206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 2873억원을 기록하면서 대우증권(2988억원), 삼성증권(2750억원), 현대증권(2795억원)과 대등한 수준을 이뤘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2410억5000만원, 4051억2000만원으로 전년대비 115.4%, 180.7% 증가했다. 이익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1.3%까지 상승했다.

    일각에선 업계에서 메리츠의 방식이 통할 수 있었던 이유로 순수한 금융자본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증권사들은 모기업으로부터 수동적이고 부차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반면 금융자본에서 출발한 증권사들은 금융(자본시장)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수행하고 변화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생태계를 갖췄다는 이유에서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증권사들은 모기업을 배제하고 적극적인 성장 전략을 가져가기 어렵다"며 "산업자본들은 금융을 주력 업종으로 키우지 않으므로 영업 역량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결국 기업의 지배구조와 리더십 문제가 증권사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며 "금융을 전업으로 하는 곳과는 격차가 벌어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채선희 /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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