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포트 / 28년 만에 '여당 불패' 깨진 강남을
5만명 사는데 중학교 단 1곳…출퇴근길은 '교통지옥'
"정부·여당 의원이 해준게 뭐냐"…열악한 주거·교통 환경에 불만
고소득 전문직 많은 일원동도 "경고 주고 싶었다" 견제 표심
[ 강경민/황정환 기자 ]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세곡동사거리와 수서역사거리를 연결하는 왕복 6차선 밤고개로. 강남 방향으로 가기 위해 세곡동 아파트 단지에서 나온 차량들이 수백m 꼬리를 문 채 극심한 혼잡을 빚고 있었다. 한 주민은 “출퇴근 때마다 세곡동부터 수서역까지 3.3㎞를 가는 데만 40여분이 걸린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주변 아파트 단지에는 ‘교통대란 막아다오’ ‘해결책은 세곡사거리역’ 등의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었다.
▶본지 3월3일자 A29면 참조
여당 텃밭으로 여겨지던 ‘서울 강남을’(개포·일원·수서·세곡동)은 전날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3대 총선(1988년) 이후 28년 만에 야당으로 넘어가는 이변의 ゴ諛?됐다. 9만5550명(투표율 62.4%)이 참가한 투표에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는 4만8381표(51.5%)를 얻어 현역 의원인 김종훈 새누리당 후보(4만1757표, 44.4%)를 6624표 차이로 눌렀다.
전 당선자의 승리에는 열악한 주거 및 교통 인프라에 지친 세곡동 주민의 불만이 한몫했다는 게 주민의 공통된 설명이다. 세곡동의 선거인 수는 19대 총선 당시 8733명보다 네 배가량 많은 3만3459명. 강남을 전체 선거인 수(15만3093명)의 21.9%에 달한다. 2012년부터 세곡동에 보금자리지구가 들어서면서 전체 인구가 2011년(4753명)보다 열 배가량 많은 4만5700여명까지 늘어났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에 앞서 사업 주체가 도로를 새로 깔거나 확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세곡보금자리지구 사업 주체인 SH공사(서울시 산하)는 광역교통개선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관련법상 면적 100만㎡ 이상 또는 수용인구 2만명 이상일 때만 광역교통개선대책을 수립하도록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세곡보금자리지구 규모는 77만㎡다.
세곡보금자리 인근엔 LH(한국토지주택공사·정부 공기업)가 조성한 강남보금자리지구가 있다. 이 지구의 면적은 94만㎡다. 정부와 서울시가 개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도로, 철도 등 교통인프라 확충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보금자리지구 조성 이전에도 분당과 강남을 오가는 차량으로 붐비던 세곡동 일대 교통 체증이 더욱 극심해진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세곡동 인근엔 지하철역이 없어 3㎞가량 떨어진 수서역을 이용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세곡동 일대 중학교는 세곡중학교 하나뿐이다. 세곡동 보금자리지구는 다자녀 가구가 우선적으로 분양받아 강남에서 학생 수요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교통인프라를 비롯해 학교, 교육시설 등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주민들의 불만이다. 주민 김모씨는 “19대 총선 이후 정부나 여당 국회의원이 세곡동을 위해 해준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전 당선자가 세곡동의 주거·교통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내세워 이 일대를 집중 공략한 것을 승리의 요인으로 꼽고 있다. 전 당선자는 세곡동 지역 8개 투표소에서만 김 후보를 수천표 넘게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와의 득표차가 6600여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곡동 표심이 당락을 결정지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전문직 종사자와 중산층이 많이 사는 일원동 등에서도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려는 표심이 분출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원본동에 20년째 거주 중인 이모씨(대기업 임원)는 “강남은 무조건 새누리당이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오만한 생각에 경고를 주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강경민/황정환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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