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과 축복이 공존하는 '오거스타의 두 얼굴'
12번홀서 물에 두 번 빠뜨려
순식간 4타 까먹고 '와르르'
[ 이관우 기자 ] 조던 스피스를 침몰시킨 12번홀(155야드)은 오거스타내셔널GC의 파3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홀로 꼽힌다. ‘래(Rae)의 크리크’란 이름의 연못과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꽃은 골퍼들을 아찔한 황홀경에 빠져들게 한다.
선수를 종종 까무러치는 충격에 빠뜨리는 곳도 이 12번홀이다. 연못 쪽으로 비스듬히 놓인 좁은 그린과 앞뒤로 파인 세 개의 벙커가 우선 위압감을 준다. 더 공포스러운 건 돌개바람이다. 바람이 그린 위에서 여러 방향으로 순식간에 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티샷한 공이 날아가는 순간에도 풍향이 바뀌기 일쑤다. 아이언 클럽 번호를 선택한 뒤에는 그야말로 운에 맡긴다.
타이거 우즈는 2000년 대회 첫날 이 홀에서 연못에 공을 빠뜨려 트리플 보기를 하는 바람에 결국 5위로 경기를 마감했다. 2011년엔 4타 차 선두를 달리던 로리 매킬로이가 제물이 됐다. 이 홀에서 더블 보기를 범하며 무너지기 시작한 그는 80타로 경기를 마쳤다. 2013년 디펜딩 챔피언 버바 왓슨도 마지막날 이곳에서 공을 세 번이나 물에 빠뜨리는 황당한 사고를 친 끝에 10타를 적어냈다. 케빈 나도 왓슨과 똑같이 10타를 쳤다.
일부에선 이런 일들을 ‘인디언의 영혼이 심술을 부리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1931년 이 골프장을 개발할 때 그린이 있는 곳에서 여러 기(基)의 인디언 무덤이 발견됐다는 이유에서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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