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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금리로 소비 되레 위축…경제위기 '뇌관'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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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경고음 잇따라

미래 더 불안해진 개인
은퇴자금 3배 더 필요해…소비보다 현금 보유 선호

수익성 악화되는 은행
고객 빠질까 예금금리 못 낮춰…불황에 돈 굴릴 곳도 마땅찮아



[ 이상은 / 도쿄=서정환 기자 ] 유럽과 일본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극약처방으로 내놓은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비판하고 그 후폭풍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회사 미국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사진)은 주주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경제 성장을 위해 중앙은행들이 도입하는 마이너스 금리 체제는 더 위험하고 유동화하기 어려운 자산에 투자하도록 밀어붙여 잠재적으로 위험한 금융·경제적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0일에는 ‘채권왕’이라 불리는 빌 그로스 미국 야누스캐피털 포트폴리오매니저가 “마이너스 금리는 금융회사의 비즈니스모델을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마이너스 금리 체제가 깊어지면 “민간의 현금 보유가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금융감독기구인 국제결제은행(BIS)은 “마이너스 금리 체제가 소비와 대출을 늘리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진퇴양난에 처한 금융사들

스웨덴 스위스 덴마크 등 일부 유럽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주변 국가가 수년 전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채택했을 때는 이 같은 목소리가 크지 않았다. 규모가 작은 경제이기도 했고, 유로화와 고정 환율제 유지(덴마크) 등 나름대로 이유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4년 6월 유럽중앙은행(ECB)이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맡기는 예치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선보인 데 이어 마이너스 폭을 확대해 연 -0.4%까지 낮추고, 일본은행도 지난 2월16일부터 일부 예치금에 연 -0.1% 금리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시장은 당황했다.

예대마진이 크게 줄어드는 은행권부터 ‘악’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돈이 빠져나갈 것이 우려돼 플러스 예금금리를 유지하고, 대출 수요가 부진한 탓에 마땅한 대출처를 찾아 돈을 굴리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서다. 보험회사와 연기금 등 장기 자산운용을 해야 하는 금융사는 초저금리 시대에 수익을 낼 곳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오래전 약속한 최저금리를 밑도는 수익률을 낸다면 그 차이만큼 손실이 난다.

시장이 받는 압박은 주가에 그대로 반영됐다. MSCI 세계지수는 지난 1분기 2% 떨어졌지만 이 기간 일본 토픽스은행지수는 34%, 유로스톡스600 은행지수는 25% 급락했다. 마이너스 기준금리가 도입되지 않은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금융업종지수도 7.6% 하락했다.

○예금·대출자, 피管?못 느껴

마이너스 금리로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는 것도 이 대목에서다. 중앙은행은 시중은행에 돈을 빌려주거나 예치금을 받는 ‘시중은행의 은행’이다. 직접 일반인이나 기업과 거래하지 않는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변화는 시중은행의 예금이나 대출금리에 반영되면서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마이너스 금리 체제가 도입된 뒤 금융시장 양상을 보면 ‘소매시장’에 해당하는 일반 예금·대출자는 마이너스 금리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은행 간 금리나 국채 금리 등 금융회사끼리 거래하는 ‘도매시장’ 금리만 급락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금융사가 고객을 잃지 않으려 하거나 수익성을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소매시장에 곧바로 금리 인하분을 전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초 의도한 소비 진작과 대출 증진이라는 효과를 달성하기가 어렵다.

일본은행이 예치금 금리를 연-0.1%로 끌어내렸지만 일본계 은행의 예금이나 대출 금리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반면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달 23일 연 -0.105%까지 떨어진 뒤 현재 연 -0.07%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소비 미루는 ‘역효과’도 우려

마이너스 기준금리가 예금 및 대출금리에 적극 반영된다 해도 원하는 결과를 낳을지는 미지수다. 소비를 더 하라고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때문에 소비를 미룰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핑크 회장은 “저금리로 예금자가 은퇴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수익을 올릴 수 없다”며 “이 때문에 당장 소비하기보다 저축을 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 2% 저금리 시대에 은퇴 후 노후 대비를 위해 저축해야 하는 금액은 연 5% 시대에 필요한 자금의 3배 이상(35세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 겸 경제에너지부 장관은 “ECB의 초저금리 정책은 예금자 근로자 연금생활자 등을 착취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호세 비냘스 IMF 금융안정국장은 10일 스위스에서 고액권 유통량이 늘어난 점을 지적하며 마이너스 금리 폭이 더 깊어지면 ‘벌금(보관료)’을 내야 하는 은행 예금 대신 “현금을 보유하려는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고 했다. 저축을 하더라도 은행에 하는 게 아니라 현금으로 찾아 보관하게 된다는 얘기다.

○환율효과조차 불투명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단순히 통화가치 하락을 통한 환율전쟁 효과만을 노린다는 지적도 있다.

마크 카니 영국은행(BOE) 총재는 지난 2월말 “마이너스 정책금리가 소매 은행고객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도매 금리에만 적용되면서 이 정책의 효과가 환율 경로를 통해서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별 국가는 이런 정책이 매력적이겠지만 세계 전체에서 보면 과도한 저축과 취약한 수요를 다른 나라에 수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1월 마이너스 금리 체제를 깜짝 선언한 일본은행을 겨냥한 발언이다. 일본은행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엔고(高)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환율효과조차 제대로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상은 기자/도쿄=서정환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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