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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10곳 중 4곳 "규제개혁, 국회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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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대한상의 300곳 설문


[ 장창민/강현우 기자 ] 국내 기업 열 곳 중 네 곳은 각종 규제 개선의 가장 큰 걸림돌로 국회를 꼽았다. 주요 경제법안이 국회에 가로막히면서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경제신문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300개 기업의 기획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규제개혁의 주요 장애와 향후 과제’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규제 개선의 가장 큰 애로로 ‘국회의 개혁법안 처리 지연 및 규제 신설’을 꼽은 응답이 37.1%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일선 공무원의 규제 행태(22.7%) △핵심 규제 개선 미흡(19.7%) △담당부처의 개선 의지 부족(19.7%) 등을 들었다.

지난 정부와 비교해 현 정부의 기업 관련 규제 개선 효과를 묻는 질문엔 ‘변화 없다’(66.1%)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개선됐다’(23.4%)와 ‘악화됐다’(10.5%)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기업들은 현 정부의 규제개혁을 100점 만점에 67.8점으로 평가했다. 국회선진화법, 행정규제기본법, 규제프리존 특별법 등이 통과되면 기업들은 75.9점으로 규제개혁 점수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이번 19대 국회에서 각종 규제개혁 입법이 거의 이뤄지지 않으면서 기업이 체감하는 규제 개선 효과가 낮게 나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국회, 입법도 않고 정부에만 책임 전가
기업·국민 피해…외국기업도 짐 쌀 것"

기업들은 더 강하게 추진할 규제 개선 분야로 우선 ‘노동·환경’(34.9%)을 꼽았다. 이어 △금융·재정(20.4%) △공정거래(11.2%) △건설(9.9%) △교육·문화(8.6%) △과학·IT(4.6%) △유통·물류(4.6%)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노동개혁법 처리가 늦어지면서 산업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점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규제 완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중앙정부가 규제를 풀어도 지자체의 자치법규까지 반영되지 않으면 기업이 규제 완화 혜택을 볼 수 없다’는 의견에 대한 견해를 묻는 항목에 63.8%가 동의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 통과에 따른 규제개선 효과를 묻는 질문엔 ‘도움된다’(60.9%)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은 규제비용총량제, 네거티브(원칙허용·예외금지) 규제 원칙 등을 담고 있다.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는 “국회가 할 일(입법)은 하지 않고 정부에만 책임을 돌리면서 기업과 국민 피해만 커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외국 기업도 한국에서 짐을 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경제활성화법안이 미뤄지면서 산업계는 몸살을 앓고 있다. 노동개혁법 처리 지연으로 산업계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일자리 창출 기회마저 멀어지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다.

통상임금 범위를 명확히 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대부분 기업은 임금·단체협상에서 통상임금 확대 여부를 놓고 홍역을 치르고 있다. 개정안은 통상임금을 ‘명칭에 관계없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소정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해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사전에 정한 일체의 금품’이라고 정의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노사가 통상임금 범위를 놓고 불필요한 힘겨루기를 벌이는 일이 대부분 사라질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임단협에서 통상임금 문제로 갈등을 겪다가 노조가 20년 만에 파업을 벌인 끝에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넣기로 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여전히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넣을지 여부를 놓고 노사갈등을 겪고 있다.

소급분을 둘러싼 대규모 소송전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는 회사를 상대로 통상임금 확대 소송을 제기했다. 금융권에선 우리·국민·기업·산업·수출입 등 5개 은행 노조원 3만여명이 사측을 상대로 통상임금 소송을 냈다.

장창민/강현우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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