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6조 회사채 중 공모채 8000억원어치 기한이익 상실
이 기사는 04월07일(15:3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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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이 일부 회사채 원리금을 갚지 못해 그동안 발행한 약 8000억원 규모 회사채에 대한 ‘기한이익’을 상실했다. 기한이익이란 빌린 돈을 만기 전까지 자유롭게 쓸 권리다. 기한이익을 상실하면 채권자들은 원리금 즉시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국내 2위 컨테이너선사인 현대상선 관계자는 7일 “만기도래 회사채의 원리금 미지급 사실을 장 마감 후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이날 176-2회(1200억원), 182-1회(840억원), 182-2회(168억원) 회사채 3종의 만기를 맞았다. 모두 2208억원어치다.금융투자협회 표준무보증사채 계약서에 따르면 회사채 만기도래에도 불구하고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 발행사 측은 해당 회사채에 대한 기한이익을 즉시 상실한다. 아울러 하나의 회사채에 대한 기한이익 상실은 나머지 모든 회사채에 동시 적용된다.
이번 회사채 원리금 미지급은 예상했던 결과다. 지난달 17일 현대상선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주도로 176-2회 사채권자 집회를 열고 만기를 3개월 미루는 안건을 논의했지만 참석 채권자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지 못해 합의에 실패했다.
현대상선은 대규모 회사채를 갚을 여력이 불충분한 상황으로 앞으로 정상화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현대상선의 회사채 발행잔액(약 1조6000억원)의 절반인 8000억원어치 공모사채가 기한이익 상실의 대상이다. 고수익을 노린 개인 투자자들 다수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상선은 2013년 9월부터 정부 지원 ‘신속인수제도’를 활용, 금융회사들을 상대로 사모 회사채를 발행해 기존 공모 물량을 갚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신용평가사들은 현대상선의 기한이익 상실에도 불구하고 당장 신용등급을 ‘D(지급불능상태)’로 하향 조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일반적인 경우 사채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등급을 D로 강등하는 게 맞지만 현대상선의 경우 공식 대응방안을 밝힐 때까지 유예기간(grace period)이 필요해 보인다”며 “현대증권 매각대금 대금 유입과 채권단의 지원 계획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기업평가 기준 현대상선의 신용등급은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 상태와 같은 CCC(부정적검토)다.
일 鳧岵막?회사채 상환에 실패한 기업들은 채무 일부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만기나 이자를 재조정하는 절차를 밟는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회사채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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