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회 휩쓴 아마추어 최강자
길이 모두 똑같은 아이언 사용
[ 이관우 기자 ] ‘그 괴짜가 또 나왔네!’
‘필드 위의 과학자’로 불리는 아마추어 골퍼 브라이슨 디섐보(23·미국·사진)가 7일(현지시간) 개막하는 ‘명인열전’ 마스터스에서 ‘차세대 골프황제’ 조던 스피스(미국)와 한 조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마스터스 사무국은 6일 “조던 스피스와 브라이슨 디섐보, 폴 케이시가 오전 9시48분 1번홀에서 경기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디섐보는 지난해 US아마추어챔피언십과 전미대학스포츠연맹(NCAA) 골프대회를 모두 제패한 아마추어 최강자다. 마스터스 디펜딩 챔피언과 전년도 US아마추어 챔프를 한 조에 편성하는 관례에 따라 올해 스피스와의 맞대결이 성사된 것이다.
골프팬들이 관심을 쏟는 건 두 ‘영건’의 승부보다 ‘기행’에 가까운 디섐보의 언행이다. 디섐보는 10개의 아이언 클럽 샤프트를 모두 6번 아이언과 같은 길이(95.25㎝)로 잘라 맞춘 것으로 유명하다. 3번 아이언이든 웨지든 모두 길이가 같다. 로프트각만 4도씩 다를 뿐이다. 클럽 헤드 무게도 280g으로 똑같다. 榴?“스윙 패턴을 일정하게 하기 위해 클럽 길이를 맞췄다”고 말했다.
대안골프를 연구한 항공공학자 출신 골퍼 호머 켈리가 쓴 ‘골핑 머신’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자신을 필드 위의 과학자로 자처해온 디섐보는 이 ‘열쌍둥이’ 클럽으로 올초 유럽프로골프(EPGA)투어 HSBC아부다비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스피스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제치고 8언더파 단독 선두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 남부감리교대 물리학과에 재학 중인 그는 올해 마스터스에 출전하면서 10개의 클럽 모두에 별명을 붙였다. 3번 아이언에 그리스어의 세 번째 알파벳을 딴 ‘감마(Gamma)’를, 5번 아이언에는 오거스타내셔널GC의 5번홀(파5) 애칭인 ‘아젤리아(Azalea)’를 붙이는 식이다. 골프는 오른손으로 치지만 팬들이 사인을 요청하면 왼손에 펜을 잡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거울에 비친 형태로 써준다. 취미는 외줄타기다.
마이크 스태추라 골프다이제스트 골프칼럼니스트는 “디섐보는 마스터스에서 우승할 수 있는 슈퍼히어로 중 한 명”이라고 평가하며 “그가 우승하면 골프의 개념이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섐보는 마스터스 이후 프로로 전향할 계획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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