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주가 부진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주가가 3만원 아래로 밀리면서 저가 매수에 대한 희망섞인 의견도 나오지만 이보다는 실적 둔화에 무게가 더 실린 모습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메모리 가격 하락세를 감안할 때 1분기에 이어 2분기 실적도 크게 나아지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 반도체의 매출 급감도 SK하이닉스 실적에 대한 불안감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새 SK하이닉스 주가는 6% 하락했다. 이 기간 종가 기준으로 3만원이던 주가는 2만8200원까지 떨어졌다. 범위를 올해 들어서로 넓혀보면 8.29% 후퇴했다.
주가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실적 우려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내놓은 이 회사 실적 추정치를 보면 매출은 3조8921억원, 영업이익은 5811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19.22%, 63.42% 급감한 수준이다. 일부 증권사에선 영업이익이 5000억원 아래(4960억원)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기범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는 업계 비수기로 부진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면서도 "메모리 가격 하락폭과 낸드 출하량 감소가 당초 예상보다 더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1분기 D램 메모리 가격과 출하량은 전분기보다 각각 15%, 3% 하락한 것으로 예상된다. 낸드 가격과 출하량도 각각 10%, 9%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진성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IT 세트 업체들의 재고 조정이 커 메모리 가격 하락폭도 생각보다 크다"며 "특히 PC와 애플 관련 부품 업체들의 재고 조정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1분기에 이어 2분기 실적 기상도 역시 흐리다. 증권사들은 2분기 SK하이닉스 매출이 3조9817억원, 영업이익은 6269억원에 머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16%, 60.73% 줄어든 수준이다.
최도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초과 공급 상태에 노출돼 있어 가격 하락은 2분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라며 "SK하이닉스 실적은 2분기 저점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SK하이닉스 경쟁 회사 중 하나인 미국 마이크론은 올해 1분기 매출이 29억30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30%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서 500만달러 손실을 냈다.
마이크론의 실적 부진은 미세공정 전환이 한발 늦은 영향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D램 메모리 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2분기 전망치로 매출은 28~31억달러, 영업이익은 70만달러 손실~1000만달러 이익 사이를 제시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은 '마켓퍼폼' 수준"이라며 "다만 3분기 전략 거래선의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를 겨냥한 박스권 '단기매매' 전략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마켓퍼폼은 앞으로 6개월 간 수익률이 시장 평균 수익률 대비 -10%~10%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란 얘기로, 통상 보수적 대응이 필요한 경우를 의미한다.
실적 흐름은 좋지 못하지만 최근 낮아진 주가로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평가) 매력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일부 있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현재 주가는 실적 약화를 상당 부분 반영한 밸류에이션을 보이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2만9000원 전후로는 하방 경직성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주주이익환원정책 강화와 높은 시장 지배력 등을 감안할 때 긍정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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