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시훈 기자 ] “35년 동안 재무설계사들은 자산 포트폴리오를 통해 돈을 쌓는 방법을 알려줬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포트폴리오에서 돈을 인출하는 방법을 나에게 명확하게 설명해준 사람은 없었습니다.”
2014년 11월 방한한 데이브 예스케 미국 FP협회 회장이 기조강연에서 소개한 미국 은퇴고객의 상담 사례다. 그는 이 사례를 얘기하면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가의 재무설계는 ‘현금인출’ 전략이 핫이슈로 부각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의 재무설계가 저축과 투자를 통해 자산을 축적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노후기간 ‘평생소득’을 확보하는 소비인출, 즉 디큐뮬레이션(decumulation)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디큐뮬레이션 전략이 해외에서 부각되는 이유에는 초저금리와 장수 리스크가 있다. 연 복리 3%이던 시절엔 1000만원이 두 배(세후 실수령액 기준)로 불어나는 데 26년이면 됐다. 그러나 현행 연 1.5% 금리 예금상품에 맡기면 52년이 걸리고, 1% 상품이면 무려 78년이 걸린다. 더구나 이제는 ‘마이너스 금리’라는 용어까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수명 연장도 큰 변수가 됐다. 한국 국민의 기대여명은 지속적으 ?늘어 2014년 기준 여성은 85.5세, 남성은 79세다.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2015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이 현재 13%에서 내년에는 유소년 인구(0~14세)를 추월하고 2050년에는 35.9%로 증가해 세계 2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기대여명이 늘어난다는 건 노후 자금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현재 60세 부부가 80세까지 매월 100만원의 소득을 얻으려면 2억원의 금융자산(기대수익률 2% 가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90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7400만원이 더 있어야 한다.
이처럼 유례없는 고령사회와 함께 찾아온 저금리, 저성장, 저물가의 현실에서는 새로운 자산 배분 전략이 필요하다. 선진국 사례에서 보듯 이제는 경제활동기에 땀 흘려 쌓아온 자산을 변화하는 경제상황이나 장수 리스크로부터 안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디큐뮬레이션 은퇴설계 전략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일본과 비슷하게 한국에서도 파산선고를 받은 사람 4명 중 1명이 60대 이상 노인이다.
수명 증가는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노후 대비를 위해 평생소득흐름을 마련하는 전략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김남경 <푸르덴셜생명 시니어컨설팅 LP>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