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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D-11] 국회의원 가족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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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 '내조의 여왕'들

총선 '아내의 전쟁'…그림자 내조 벗어나 표밭 누빈다

김무성 대표 부인 최양옥 씨, 다리 다쳐 목발 짚고 지역 누벼
문재인 전 대표 부인 김정숙 씨, 중·고교 동창 후보 지원 나서
안철수 대표 부인 김미경 교수, 출마선언식 등 행사 잇단 참석

여성 후보들 남편 외조는 약해
지역 돌면 "못난 놈" 핀잔 듣기도



[ 조수영 기자 ] “‘내조 10단’이 돌아가셨다.” 김종필 전 총리(JP)의 부인 박영옥 여사가 지난해 2월 별세했을 때 JP 측근들은 한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JP의 ‘정치 9단’에 빗댄 것으로 박 여사의 역할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다. JP도 평소 박 여사에 대해 “나의 정치인생을 바꾼 사람”이라고 말했다.

정치인 아내는 남편과 정치적 부침을 함께하는 최후의 참모로 불린다. 4·13 총선전이 본격 시작되면서 국회의원 후보자 부인의 내조 경쟁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내조 유형은 다양하다. 남편의 정치 일생과 함께하는 ‘동지형’, 계보 정치인을 비롯해 새벽부터 집으로 찾아오는 수십명의 방문자 식사까지 묵묵히 챙기는 ‘문지방 내조형’, 선거전에 뛰어들어 유권자를 만나고 지역구를 관리하는 ‘현장형’ 등甄?

과거에는 ‘문지방 내조형’이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엔 선거전에 동참해 남편과 함께 표밭갈이에 나서는 등 공세적으로 바뀌고 있다. 금뱃지를 달면 100가지 특권이 생긴다는 국회의원의 부인으로 산다는 것은 겉보기에는 화려해 보이지만 반드시 행복한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도 나온다. 대중과 유권자의 관심 대상이 되기 때문에 사생활 노출 부담이 작지 않다. 한 유력 정치인의 부인은 “죄인 아닌 죄인”이라는 말로 자신의 상황을 표현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는 눈에 띄지 않는 묵묵한 내조로 유명하다. 아침마다 상도동으로 몰려오는 사람들을 대접하기 위해 매일 100인분이 넘는 된장국을 준비하곤 했다.

김종필 전 총리 부인 박영옥 여사도 그림자 내조형이었다. 박 여사는 생전 “매스컴에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내조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시중에 도는 얘기나 정치현안, 민심을 남편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역할도 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부인 한인옥 여사도 전면에 나서 표밭을 누비는 활동은 가급적 삼가고, ‘그림자 내조’에 치중했다. 이한동 전 총리 부인 조남숙 여사는 서울 염곡동 집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포천 갈비와 메밀국수, 손두부 등을 대접했다.


3당 지도부 3색 내조 경쟁

정치인 아내와 가족이 선거전에 직접 뛰어들어 표밭갈이에 나서는 게 최근의 흐름이다. 이번 총선에서 여야 지도부 배우자들은 각기 다른 내조 스타일로 눈길을 끌고 있다. 癰ゼ?새누리당 대표 부인 최양옥 씨는 다리에 깁스를 한 채 부산 중·영도 지역구에서 유권자들을 만났다. 김 대표가 총선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지원유세에 집중하면서 그의 지역구는 최씨 몫이다. 최근 발목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지만 목발을 짚고 지역 곳곳을 누비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

‘알파원 유세단’을 꾸려 전국 지원유세에 나선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경기 평택갑은 부인인 서세레나 씨가 책임지고 있다. 서씨는 오전 5시 종교시설 미사로 하루를 시작해 출근길 인사, 각종 지역사회 모임 방문 등 하루평균 8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부인인 김미경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지난달 26일 서울 강북을 박용진 후보 사무소 개소식에서 첫 공개행보를 시작했다. 김 교수는 적극적인 지원활동 대신 김 대표의 식단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77세인 김 대표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것은 김 대표의 식단관리 덕분이라고 당 관계자는 말했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 부인 김정숙 씨는 활발한 대외활동으로 고정 팬도 있다. 이번 총선에서도 자신의 숙명여중·고 동창인 손혜원 후보의 서울 마포을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찾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도 안 대표의 출마선언식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하며 본격 지원에 나섰다.


연예인 아내들도 나서

정가에서 유명한 ‘내조의 여왕’의 대표적 사례는 박성범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 부인인 신은경 전 KBS 아나운서다. 박 전 의원이 처음 국회의원에 도전한 1996년 15대 총선 당시 신씨는 지역 목욕탕에서 여성 유권자들의 때를 밀어주며 바닥 민심을 다졌다. KBS 간판 아나운서이던 신씨의 행보는 ‘때밀이 내조’라는 애칭을 얻으며 지역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한길 국민의당 의원의 아내 최명길 씨도 적극적인 내조로 잘 알려져 있다. 2002년 재·보궐 선거에 이어 2004년 선거에서는 자신이 출연한 드라마 ‘명성황후’ 의상을 입고 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김 의원이 당직을 내려놓고 불출마해 유세현장에서 최씨의 모습은 볼 수 없다.

서울 중·성동을에 출마한 지상욱 새누리당 후보 부인인 배우 심은하 씨는 전면에 나서는 대신 ‘조용한 내조’를 이어가고 있다. 심씨는 배우로서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2004년 지 후보와 결혼했다. 심씨는 유세현장에 나서는 대신 블로그와 연말연시 연하장에 등장하는 방식으로 지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 “초등학생인 두 딸이 아빠의 손길이 가장 필요한 때에 아빠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만큼 엄마로서 그 몫까지 뒷바라지하고 있다”는 것이 지 후보 측 설명이다.

여성 후보 “남편 외조 아쉬워”

남성 후보들이 배우자의 지원을 받으며 선거전에 나선 데 비해 여성 후보에 대한 남편의 ‘외조’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남편들 대부분 직업을 가진 데다 보수적인 정서가 강한 지역이나 노년층에서는 여성 후보자의 남편이 선거운동을 돕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한 여성 의원은 “여성 의원의 남편이 지역에서 아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면 ‘남자가 못났다’는 핀잔이 돌아오기 일쑤”라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그래픽=허라미 기자 ra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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