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동안 1010억달러 규모
[ 이상은 기자 ] 지난 1분기 중국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규모가 100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톰슨로이터의 M&A 실적 자료를 인용, 지난 석 달간 중국발 해외 M&A 규모가 1010억달러(전체의 15%)에 이르렀다고 1일 보도했다. 지난해 중국의 해외 M&A 규모(1090억달러)에 육박한 규모다. 세계 M&A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57% 줄었는데 중국만 홀로 ‘폭풍 식욕’을 보이는 셈이다.
중국화공그룹(켐차이나)의 미국 종자회사인 신젠타 인수(438억달러) 비중이 컸고, 가전제품회사 하이얼이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부를 54억달러에 사기로 하는 등 굵직한 M&A가 잇따른 영향이 컸다. 다만 이 통계는 ‘합의’ 단계부터 M&A 실적으로 집계한 것이어서 최종 M&A 성사까지는 변수가 남아 있다. 미국 의회는 중국화공의 신젠타 인수를 반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잇달아 해외 M&A를 승인하는 등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 1년반 동안 기준금리를 연 6%에서 연 4.35%로 떨어뜨려 시중은행의 유동성도 풍부하다. 중국 국영은행들이 경기가 나빠지고 있는 중국에서의 대출보다 해외 M&A에 대한 대출이 좀 더 ‘안전하다’고 여기는 것도 이유라고 FT는 설명했다.
중국 위안화 ?대한 평가절하 압력이 큰 것도 한 요인이다. 기업들이 위안화로 자산을 갖고 있는 것보다 달러 또는 유로화로 갖고 있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 부유층이 ‘합법적으로’ 자본을 유출하는 수단으로 M&A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중국의 M&A붐이 ‘거품경제 끝물’의 일본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FT는 “뉴욕 록펠러빌딩에서 미국 영화사 컬럼비아픽처스까지 마구 사들이던 일본의 1980년대 M&A붐과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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