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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D-12] 깜깜이 선거된 재외국민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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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미국 버지니아 투표소 한산
"후보자가 누군지도 몰라…그냥 당만 보고 찍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 워싱턴=박수진 기자 ] 20대 총선 재외국민 투표가 시작된 지난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한미과학협력센터 건물 3층에 마련된 투표소는 한산했다. 이날 투표한 사람은 모두 100명으로 투표율이 3%를 넘지 않았다. 10여명의 선거관리 요원들은 드문드문 이어진 투표자들의 발걸음에 핸드폰을 살피거나 담소로 시간을 보냈다.

재외국민 투표가 처음 도입된 2012년 이 지역 투표율은 43.2%에 달했다. 총선과 대선이 겹치고 첫 재외국민 투표여서 관심이 높았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올해 인터넷 등록을 받고 현장접수 요원도 고용해 3개월간 행사장과 집들을 돌며 등록을 받았다. 덕분에 워싱턴 총영사관이 관할하는 워싱턴DC와 버지니아, 메릴랜드, 서버지니아주 유권자 등록자는 4554명으로, 4년 전(2014명)에 비해 배 이상으로 늘었다. 등록률도 3.24%에서 12.9%로 뛰었다.

그러나 그만큼 투표율도 높아질지는 미지수다. 이재곤 주미 대사관 선거관은 “올해 투표율이 저조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제도도 고치고, 열심히 현장을 뛰어 등록률은 높여 놨는데 막상 선거가 시작되니 투표 열기가 살아날 조짐이 없다는 것이다.

워싱턴DC에 파견근무 중인 공무원 A씨는 “여당이나 야당이나 모두 공천 문제로 난리를 치다 닷새 전에야 후보자를 확정했는데 모두 모르는 사람들뿐”이라며 “뭘 보고 투표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영주권자인 C씨는 “중앙당에서 후보를 찍어서 내려보내거나 면접을 통해 후보자를 결정하는 것은 미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창피하기도 하고 누가 나왔는지도 몰라 투표가 썩 내키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의 선거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투표장에서 만난 최종윤 씨(커뮤니티 강사)는 “후보자가 누군지 몰라서 그냥 당만 보고 찍었다”며 “미국처럼 의원들이 당내 경선과 본선을 치르면서 자연스럽게 얼굴과 정책을 알리는 과정이 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래저래 걱정이 많은 재외국민 투표로 비쳐졌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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