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주식 38억 차익' 논란
의혹 1 김정주와 대학 동기
"컨설팅사 지인 권유로 매입" vs "오너 동의없이 비상장주 못사"
의혹 2 매입 직전 FIU 근무
"FIU는 자금세탁 감시하는 곳" vs "오해 살 만한 시기에 매입"
법조계 "투자 후 6년 뒤 상장…미공개 정보 이용 해당 안돼"
[ 박한신/고윤상 기자 ] ‘38억원 넥슨 주식 대박’ 논란에 휩싸인 진경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검사장·사진)이 입을 열었다. “넥슨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것뿐”이라는 게 해명의 요지다. 위험을 감수한 ‘엔젤 투자’였다는 주장이지만 매입가격을 공개하지 않는 등 석연치 않은 대목도 있다. 진 검사장은 지난해 보유 중이던 넥슨 주식 전량을 매각, 재산이 38억원 늘었다고 신고했다.
진 검사장은 3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2005년 넥슨 주식 80만1500주를 취득한 경위에 대해 “당시 외국계 컨설팅사에 다니는 대학 동기의 지인이 주식을 팔겠다고 해 함께 투자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 동기인 김정주 넥슨 창업자와의 연관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김정주가 하는 회사면 괜찮겠다 싶어서 투자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비상장주를 사려면 ‘오너’의 허락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게다가 당시엔 엔씨소프트, 네오위즈 등 게임업체가 앞다퉈 상장해 넥슨 같은 게임주의 ‘몸값’이 뛰고 있던 터라 구하기 힘든 주식에 속했다.
일각에서는 진 검사장이 넥슨 주식 매각으로 거액의 차익을 거뒀다는 점 때문에 일방적으로 비난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사 게임담당 애널리스트는 “2005년을 전후해 넥슨은 상장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었다”며 “상장이 늦어지는 것과 관련해 김정주 창업자와 전문경영인이 갈등을 빚어 전문경영인이 퇴사하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진 검사장으로선 주식 매입 후 6년이 지나 실제 상장이 이뤄질 때까지 ‘리스크’를 참아낸 셈이다.
진 검사장은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파견나갔다가 법무부에 복귀한 직후 넥슨 주식을 인수해 직무를 이용해 이득을 얻은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FIU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FIU는 특정 주식이나 회사를 들여다보는 곳이 아니라 자금세탁 등을 막기 위해 금융거래를 조사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진 검사장은 검사장 승진 직후 주식백지신탁위원회에서 심사를 받았고 주식 보유가 직무와 관련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장영섭 광장 변호사는 “자본시장법에서의 미공개정보 이용 문제는 상장되기 전 6개월 동안 주식거래만 해당된다”며 “주식을 취득한 지 6년이 지나 넥슨이 상장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오해를 살 만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매입가격과 관련해 진 검사장은 “주당 수만원에 매입했다”며 “주식 수도 주식분할로 100배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신/고윤상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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