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의 경제로 수익성 강화
생산자 직거래로 비용 낮추고 IT기술 접목으로 유통 효율화
중소 식자재업계와도'상생'
중소 사업자 역량 키우고 우리는 외연 확대하며 윈윈
이재현 회장의 CSV경영 실천
[ 강진규 기자 ]
“소비자는 안전하고 질 좋은 식재료를 원합니다. 품질 경쟁력으로 100조원 규모의 식자재 유통 시장을 공략하겠습니다.”
강신호 CJ프레시웨이 대표(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 지난 22일 가진 인터뷰에서 위생관리 기술, 식자재의 품질 개량, 물류 기술 등을 앞세워 성장세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지난해 식자재유통회사 최초로 매출 2조원을 넘어서는 등 그간의 노력이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며 “2020년까지 10조원 규모 회사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기업 간 거래(B2B) 중심이다 보니 덜 친숙한데, 어떤 사업을 하는지요.
“프랜차이즈 일반음식점 등 6600개 거래처에 식재료를 공급 중입니다. 쌀국수 전문점 포메인, 이탈리안 레스토랑 서가앤쿡, 주점 와라와라 등도 우리 식자재를 쓰지요. 대한항공, 한국타이어, 금호아시아나, 산업은행 등 500여곳의 대형 단체급식장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회사 이름이 직접 드러나지는 않지만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셈입니다.”
▷식자재 유통사 중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넘어섰습니다.
“2011년 1조원클럽에 이름을 올린 지 4년 만의 성과입니다. 품질 위생 안전이 중요해지는 등 시장 여건이 변화하는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한 게 성장의 요인이 됐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원산지 표시 개념조차 없었습니다. 현금거래 등 불투명한 거래 관행도 만연했지요. 2000년대 후반부터 정부가 식품안전규정을 강화하면서 업계는 큰 어려움에 맞닥뜨렸습니다. 우리는 위생 설비 투자를 늘리고, 안전한 먹거리를 강조하는 정공법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습니다.”
▷영업이익률이 1%대에 불과합니다.
“중소 상인 중심의 저가 경쟁 관행이 오랫동안 지속돼 온 탓에 식자재유통산업의 이익률은 상당히 낮은 상태입니다. 이제 소비자가 식재료의 차별성에 대해 점차 인식하면서 부가가치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선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성을 높일 계획입니다. 핵심 상품을 중심으로 농가 조직화 등 생산자 직거래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유통단계 축소로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입니다. 정보기술(IT)을 통한 효율화도 추진 중입니다. 200억원가량을 투자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도 구축했습니다. 하반기부터 성과가 나올 겁니다.”
▷식자재유통사는 계열사 등과의 내부거래로 매출 대부분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1994년 CJ그룹 단체급식사업부가 전신입니다. 이른바 ‘캡티브 마켓’에 의존하는 구조로 출발한 것이죠. 단체급식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식자재 유통 중심으로 바꾸면서 내부거래 비중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그룹 내 매출은 4000억원 정도로 20% 선에 그쳤습니다. 30~60% 선인 경쟁사들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입니다. 내부거래에 안주하면 성장에 한계가 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비중을 계속 줄여 나갈 방침입니다.”
▷국내 식자재 유통시장에서 대기업 점유율은 10%에 불과합니다.
“비중이 낮다는 건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미국 최대 식자재유통사 시스코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미국도 초기에는 한국처럼 중소사업자 중심의 유통구조였지만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대형 유통사가 탄생했습니다. 우리도 비슷한 경로로 대기업이 약진할 것으로 봅니다.”
▷중소 식자재회사들은 대기업의 진출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중소 식자재 유통회사들은 업을 키워온 공로가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요즘 소비자는 식당에서 메뉴를 고를 때부터 원산지를 확인하고, 음식이 나오면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하고, 소액도 카드로 계산합니다. 10~20년 전과는 식당 경영을 둘러싼 환경이 확연히 달라진 것이지요. 우리는 달라진 소비자의 니즈에 대응하고, 중소업체들과도 상생하는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중소사업자들과 조인트벤처를 결성하고, 품질관리를 함께하는 ‘프레시원’사업이 그 일환입니다.”
▷프레시원에 대해 더 설명해 주십시오.
“중소 사업자는 역량을 키우고, 우리 회사는 외연을 확대하는 이른바 ‘공유가치창출(CSV) 모델’입니다. 중소사업자가 취급하는 품목에 대한 안전성 검사, 유통기한 관리 등의 기본적인 업무를 도와주고, 식자재 배송차량을 냉장·냉동차로 전환하는 비용도 무이자로 지원합니다. 또 사무실을 제공하고, 세금계산서 발행과 처리 등의 기본적인 사무업무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CSV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활동입니다. 단순 사회공헌과 달리 상호 이익을 볼 수 있는 장기적인 관점의 상생활동입니다. 프레시원 모델을 사업 확장의 핵심 경로로 구축해나갈 생각입니다.”
▷지난해 해외 진출을 시작했는데, 어떤 청사진이 있습니까.
“작년 11월 베이징에서 중국 5위 유통업체인 융후이마트와 두 개의 합자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합자법인1은 글로벌소싱 무역회사로서 상하이에서, 합작법인2는 베이징에서 식자재유통사 설립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하반기부터는 영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은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외식 시장이 본격 성장기로 진입했습니다. 중산층도 급증 중입니다. 두 개의 합작법인 중 상하이 글로벌 소싱 무역회사는 K푸드 공급 창구가 되고, 급성장 중인 육류 신선과일 가공식품 등의 중국 내 수입을 담당합니다. 베이징 식자재유통사는 베이징을 중심으로 프레시웨이와 비슷한 사업 모델을 구축한 뒤 다른 지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주가가 출렁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9만원을 웃돌았지만, 지금은 6만원대입니다.
“작년에는 2분기 호실적과 중국 등 해외사업 확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많이 올랐습니다. 내수종목이 성장주로 크게 주목받은 점도 주가 상승에 일조했습니다. 올해는 중국의 경기 둔화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증시환경이 악화됐습니다. 작년 4분기 실적도 다소 부진해 주가가 조정기간을 거쳤습니다. 올해는 수익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계획입니다. 실적이 개선되면 주가는 다시 오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취임한 지 3년째인데, 올해는 어떤 분야에 집중할 계획입니까.
“‘2020년까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자’는 것이 CJ가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구상입니다. 우리 회사는 2020년까지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3000억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내수와 해외시장 공략을 균형 있게 전개해 나갈 방침입니다. 올 경영목표는 이익률 제고입니다. 1.5% 선인 영업이익률을 2%대로 높이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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