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반도체협회, 의제 채택 논의
중국 정부·국영기업 등 560억달러 출자
반도체 공장 신설·해외 M&A 지원
"시장질서 해쳐"…미국, WTO에 문제 제기
[ 김현석/남윤선 기자 ] 미국 일본 등 각국 정부와 글로벌반도체업계가 중국이 국가 주도로 운영하고 있는 ‘반도체 펀드’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가 수백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펀드를 조성해 자국 반도체 업체들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배된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이 추진 중인 이른바 ‘반도체 굴기(起)’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중국에서는 반도체 펀드가 상당부분을 투자하는 3차원(3D)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장이 오는 28일 착공된다.
▶본지 3월23일자 A16면 참조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
23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세계반도체협회(WSC)는 오는 10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반도체생산국 민관합동회의(GAMS)’에서 ‘중국의 반도체 펀드가 시장질서를 위반하는지’를 의제로 채택해 논의하기로 했다. WSC는 미국 일본 대만 독일 중국 한국 등 반도체를 생산하는 6개국 주요 업체로 이뤄진 협의체다.
미국 정부도 중국 펀드와 관련, 최근 WTO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2014년 발표한 국무원의 ‘국가 반도체산업 발전 추진 요강’에 따라 반도체 펀드를 출범시켰다. ‘반도체 독립’이 목표다. 중국은 해마다 2300억달러(약 270조원) 규모의 반도체를 수입하고 있다. 2013년 원유를 제치고 중국의 1위 수입품이 됐다.
중국 정부와 국영기업, 은행 등 16개 기관이 이 펀드에 작년 말까지 220억달러를 출자했다. 2020년까지 560억달러를 모을 계획이다. 이 중 4분의 1가량을 정부가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조성된 펀드는 자국 반도체 업체 육성을 위해 집중 투자하고 있다. 지난 22일 중국 XMC가 우한에 짓겠다고 밝힌 3D 낸드 공장에도 상당액을 투자한다. 지난해 중국 칭화유니그룹이 미국 마이크론, 웨스턴디지털 인수를 추진한 배경에도 이 펀드의 투자 약속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JCET가 세계 4위 반도체 패키징 업체인 싱가포르의 스태트칩팩을 인수하거나, 중국 1위 시스템반도체 업체 SMIC가 공장을 최신설비로 증설할 때도 적지 않은 ‘반도체 펀드’의 돈이 투입됐다.
◆반도체업계 “中 WTO 위반”
이 같은 행동은 명백한 WTO 조약 위반이라는 게 중국을 제외한 세계 반도체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WTO 규정에 따르면 정부가 보조금을 특정 기업에 직접 줄 경우 WTO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중국은 펀드를 통해 기업에 투자하는 형식을 띠고 있지만, 펀드의 출자자들이 차이나텔레콤 등 국영기업인 만큼 사실상 국가가 지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게 반도체업계의 시각이다. 미국 측은 중국의 반도체 펀드를 비롯한 각종 지원 정책의 실체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를 보고받은 뒤에는 보조금 금지 규정을 어겼다고 문제삼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도 보조금 금지 규정을 어겼다가 2003년부터 2011년까지 8년간 상계관세를 물은 경험이 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자금 지원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상계관세란 수출국 정부가 보조금을 통해 해당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때 수입국이 그 보조금만큼 관세를 물리는 것을 뜻한다. 수입제한을 제외하면 가장 강력한 무역제재로 꼽힌다.
WSC는 지난해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GAMS에서 중국 반도체 펀드의 불공정성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했다. 지난 2월 중국 쑤저우에서 열린 WSC 국제조정기구회의(JSTC)에서 이 문제를 올해 10월 GAMS에서 토론하기로 합의했다.
오는 5월 서울에서 열리는 WSC 총회에서도 이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서울 총회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퀄컴 도시바 등 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의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한다.
김현석/남윤선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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