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 현대증권 인수전 불참 선언
[ 임도원/민지혜 기자 ] ▶마켓인사이트 3월23일 오전 11시28분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사진)이 한 템포 쉬어가기로 했다. 25일로 예정된 현대증권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인수를 진행 중인 KDB대우증권과의 시너지 극대화에 주력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미래에셋증권을 자기자본 10조원 규모의 아시아 대형 증권사로 키운다는 청사진을 잠시 접어둔 채 내실을 다지려는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박현주, 고심 끝 불참 결정
미래에셋증권은 23일 “현대증권 인수를 검토한 결과 (인수전에) 불참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현대증권 인수전이 과열되는 측면이 있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2일 공시를 통해 “사모펀드(PEF)인 LK투자파트너스로부터 제안을 받아 검토 중”이라며 현대증권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LK투자파트너스는 신한금 뗘塚?글로벌자산전략팀장 출신인 강성부 대표가 지난해 설립한 PEF로 지난달 현대증권 매각 예비입찰에 참가했다. LK투자파트너스는 자사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미래에셋증권이 전략적 투자자(SI·경영권 행사를 목적으로 한 투자자)로 참여할 것을 이달 초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싱가포르 등 해외 법인을 순방하기 위해 출장 중이었던 박 회장은 지난 19일 급거 귀국해 그룹 내부 의견을 취합했다. 대우증권과의 합병을 통해 자기자본이 5조5382억원으로 불어나는 미래에셋증권을 총자본 10조원 규모로 키우기 위해선 현대증권 인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박 회장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내부 검토 결과 신중론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증권 인수작업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증권 인수에 나설 경우 성사된다 하더라도 3개사 통합작업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는 게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됐다. 현대증권 인수전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것도 반대 의견의 주요 근거였다. 현대증권 매각가는 현대상선 등이 보유한 지분 22.56%에 대해 당초 60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이 인수전에 뛰어들면 1조원 가까이 몸값이 급등할 수도 있다는 것이 투자은행(IB)업계의 관측이었다.
◆KB-한국금융 양강구도로
현대증권 인수전은 KB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 양강구도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미래에셋증권과 연합하려던 LK투자파트너스는 25일 본입찰까지 다른 SI를 구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파인스트리트와 글로벌원자산운용(옛 아주자산운용), 홍콩계 사모펀드 액티스그룹 등은 본입찰 참가 시 내야 하는 보증금 300억원을 마련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다만 파인스트리트는 미국의 대형 PEF 운용사인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를 파트너로 끌어들여 KB금융지주나 한국금융지주에 맞먹는 자금 동원력을 갖췄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증권의 최종 낙찰 가격도 관심사다. 대우증권 매각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마지막 남은 대형 증권사 매물이라는 희소가치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계 PEF 운용사인 오릭스PE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인수계약을 맺을 당시에는 매각가가 4500억원이었다. 현대그룹과 채권단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금융당국 승인 등을 거쳐 오는 6월 말까지 매각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임도원/민지혜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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