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등록 이틀 앞두고 '유승민 결정' 연기 왜?
컷오프땐 여론 역풍 우려…이한구 "오늘도 기다린다"
경선 실시는 물건너가…대구 동을 '무공천' 가능성
유승민은 계속 침묵 유지
[ 이정호 기자 ]
새누리당 공천 갈등의 뇌관인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의 공천 여부 결정이 최고위원회와 공천관리위원회의 책임 떠넘기기로 1주일째 보류되고 있다. 공관위 내에선 이미 유 의원의 컷오프(공천 배제)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정치적 역풍을 우려해 발표를 미루며 유 의원의 자진 불출마를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공관위와 유 의원이) 서로의 정치적 결단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21일 기자들과 만나 유 의원의 공천 결정 시기와 관련, “오늘도 기다린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지금 나로선 (유 의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며 간접적으로 유 의원의 불출마를 종용한 것과 같은 맥락의 발언이다. 공관위원인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도 “(유 의원 공천 문제는) 폭탄인데 얘기가 진지해야 한다”며 “폭탄을 잘 만져야지 잘못하면 터진다”고 공관위의 고민을 그대로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15일 최고위의 의견을 듣겠다며 유 의원 공천 여부 결정을 최고위에 넘겼지만, 이날까지 최고위는 “공천 심사는 공관위 몫이다. 공관위의 결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최고위는 공관위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22일 회의를 열어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총선 공식 후보등록(24일)을 불과 이틀 앞두고 내려지는 결정이어서 어떤 결정이 나오든 경선 시행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전망이다.
유 의원의 공천 결정이 늦어지는 것을 두고 당내에선 최고위와 공관위의 다수를 구성하는 친박(친박근혜)계가 유 의원을 코너로 몰아붙이며 백기 투항(불출마)을 압박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유 의원을 컷오프해 공천 피해자로 만들었을 때 예상되는 여론 역풍과 그로 인한 선거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유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하든, 탈당하든 스스로 결단을 내리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게 당내 친박계의 판단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배신의 정치를 언급한 청와대의 의중에 따라 유 의원을 쳐냈다는 비판에서도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이 자신의 공천 결정 지연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침묵하고 있는 것 역시 친박계에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고 향후 무소속 출마 명분을 쌓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란 분석이다. 공관위와 최고위의 분명한 결정이 나온 뒤 판단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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