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인구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 대응’이란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노동력(생산가능인구)이 크게 부족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동수요가 가장 클 때를 기준으로 연령별 고용률이 지속된다는 것을 전제로 분석한 결과, 경제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노동력이 저출산 때문에 2024년부터 모자라기 시작해 2060년엔 900만명 이상이나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사회적 차원의 부양이라는 관점에서 비(非)고용인구 대비 고용인구 비율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노동력도 2060년에 가면 370만명 정도가 부족하다는 게 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이 분석은 그러나 전제부터가 이상한 셈법이다. 최대의 노동수요 유지를 전제하고 있지만, 최대의 고용능력을 수십년간 이어갈 수 있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이런 전제라면 어떤 나라든지 노동력 부족이라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노동력 공급에 대한 분석도 잘못됐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주장하지만 현재 15~64세인 연령기준 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2015년 13%를 넘었고 2026년 20%대, 2060년엔 40%대로 전망된다. 노인 기준연령을 70세로 높이기만 해도 노동력 공급이 급증할 것이다. 노인들은 점점 건강해지고 있다.
물론 저출산은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비현실적인 전제들을 잔뜩 달고 미래의 노동력 부족을 과장하는 것은 로봇이 일자리를 파괴한다는 주장만큼이나 위험하다. 국책연구소라면 더욱 그렇다. 저출산·고령화가 한국보다 한참 먼저 시작된 유럽국가들은 지금도 높은 실업률로 비상이다. 프랑스는 올 1월 실업률이 10.8%, 스페인은 20.9%다. 특히 청년실업률은 스페인이 44.7%, 프랑스도 27.3%에 달한다. 일자리 사정이 비교적 넉넉한 독일도 7.1%다. 저성장 탓에 지금의 고용수준조차 앞으로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다.
부족한 것은 노동력이 아니라 일자리다. 청년도 여성도 고령자도 일자리가 필요하다. 보사연 전망대로 노동력이 그 정도나 부족해진다면 고용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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