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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 '27언더파 마법'…72홀 최다 언더파 타이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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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파운더스컵 정상…시즌 첫승 '신고'
'소렌스탐 전설의 기록'과 어깨 나란히
313야드 넘나드는 'PGA급 장타'로 역전승



[ 이관우 기자 ]
“그가 경기하는 걸 TV로 보면서 ‘위대한 골퍼’의 꿈을 키웠는데, 그 꿈이 벌써 이뤄진 것 같아 믿어지지 않아요.”

김세영(23·미래에셋)은 어린 시절 ‘영웅’이던 안니카 소렌스탐(46·스웨덴)의 책을 얼마 전 다시 꺼내 읽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JTBC파운더스컵에 출전하기 직전이었다. 소렌스탐은 메이저 대회 10승을 포함해 LPGA 72승을 올린 ‘전설의 골퍼’다.

이후 대회에 출전한 김세영은 9언더파로 1라운드를 마치더니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주어진 상황을 해결하는 데에만 집중할 겁니다.” 18홀 전체 전략을 짜고 홀마다 다른 코스 공략법을 고민하는 ‘공격형 골퍼’의 전형과는 다소 다른, 생각의 변화였다. ‘소렌스탐 효과’였을까.

◆더 강해진 역전의 여왕

김세영이 그의 ‘영원한 아이돌’ 소렌스탐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정표를 세웠다. LPGA 72홀 최다 언더파 기록과 타이 기록인 27언더파로 LPGA 투어를 제패한 것이다. 2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와일드파이어GC(파72·6538야드)에서 열린 JTBC파운더스컵 대회에서다.

그는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1개, 버디 8개를 쓸어담아 10언더파를 쳤다. 최종합계 27언더파를 친 김세영은 단독 2위 리디아 고(19)를 5타 차로 밀어내고 시즌 첫 승을 거머쥐었다. 통산 4승. ‘역전의 여왕’이란 수식어답게 이번 우승 역시 역전승이다. 우승 상금 22만5000달러(약 2억6000만원)를 보탠 김세영은 상금 순위도 58만1752달러를 쌓은 장하나(24·비씨카드)에 이어 2위로 뛰어올랐다. 김세영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올 시즌 열린 6개 대회에서 4승을 챙겼다.

김세영은 “마지막 퍼팅을 하고는 눈물을 참았다”며 “이번 대회 우승으로 자신감을 찾았다”고 했다. 김세영은 동계훈련 동안 손목 코킹을 많이 하지 않는 스윙 스타일로 바꾸며 샷 정확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새 스윙이 몸에 익지 않아 최근 2개 대회에서 34위, 48위에 오르는 등 다소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김세영은 이번 우승과 함께 두 개의 기록을 동시에 세웠다. 하나는 대회 코스 레코드인 10언더파. 또 다른 하나는 LPGA 72홀 최다 언더파(27언더파) 타이 기록이다. 소렌스탐이 2001년 스탠더드 레지스터 핑 대회에서 세운 성적과 같은 기록이다.

선두 지은희(29·한화)에 1타 뒤진 공동 2위에서 4라운드를 시작한 김세영은 이날 평균 313야드에 달하는 장타를 내세워 4개의 파5홀에서 5타를 줄이는 등 사막 코스 와일드파이어를 쉽게 요리했다. 313야드는 버바 왓슨, 더스틴 존슨 같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표 장타자들의 이번 시즌 평균 비거리와 맞먹는 수치다.

11번홀(파5)이 백미였다. 5번 우드로 248야드를 정확히 날려 홀컵 90㎝ 옆에 붙여 탭인 버디를 잡아냈다. 소렌스탐의 기록을 깰 뻔도 했다. 18번홀에서 시도한 4m짜리 버디 퍼팅이 왼쪽으로 살짝 빗나갔다. 소렌스탐은 “투어 2년차가 세운 기록으로는 믿어지지 않는다”며 김세영의 최다 언더파 타이 기록을 축하했다.

◆토종 장타자 박성현 ‘잠재력’ 확인

2009년 US오픈 우승 이후 7년 만에 챔피언 등극을 기대하던 지은희는 뒷심 부족으로 우승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메건 캉, 폴라 크리머, 스테이시 루이스 등과 같은 공동 4위(19언더파). LPGA 대회에 첫발을 디딘 토종 장타자 박성현(23·넵스)은 마지막 날에도 6타를 줄이는 맹타를 휘둘러 공동 13위(17언더파)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대회 출전 자체를 즐겼다. 더 좋은 성적을 올릴 것이란 자신감이 든다”고 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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